한때 지원자 4명 중 3명이 들어갈 수 있었던 학교가 이제는 10명 중 1명도 품기 어려운 곳이 됐다.
전국 최고 공립대 중 하나인 UCLA 이야기다. 1980년 약 75%에 달했던 합격률은 1990년대 초 40%대로 꺾이더니 2000년대 들어 20%대로 내려앉았고, 2010년에는 20% 초반, 그리고 2025년에는 9.4%까지 떨어졌다.
40여 년 사이 벌어진 이 낙폭은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명문 공립대 입시의 체질 자체가 바뀌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주립대는 사립대보다 들어가기 쉽다”는 통념이 있었지만, 지금 UCLA를 보면 그 통념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지원자 수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2021년 가을학기 13만 9490명이던 지원자는 2022년 가을학기 14만 981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2023~2026년 가을학기까지는 14만 5000명~14만 6700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반면 합격률은 2022년 가을학기 8.6%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소폭 상승해 9.4%까지 올라왔다. 이 대목만 보면 “드디어 UCLA도 조금 쉬워졌나” 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등록률이 예년만 못하다 보니 같은 규모의 신입생을 채우기 위해 학교가 합격자 수를 1만 1000명대에서 1만 3659명 수준으로 조금씩 늘렸을 뿐, 지원자 풀 자체의 경쟁 강도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합격률이라는 지표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착시가 생기기 쉬운 이유다.
이런 착시를 걷어내고 나면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UCLA가 무엇을 보고 학생을 뽑느냐다.
UC 시스템은 6년 전 SAT·ACT를 완전히 배제했다. 아예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험 테스트 블라인드(Test Blind)’ 방식이다. 여기에 교사 추천서, 인터뷰, 동문 자녀 여부(Legacy), 캠퍼스 방문이나 입학설명회 참석, 입학처와의 이메일 교류 같은 이른바 ‘관심도(Demonstrated Interest)’ 지표도 모두 평가에서 빠진다. 사립대 입시에서라면 당락을 가르는 요소들이 UCLA에서는 아예 심사표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결국 남는 것은 고교 성적표와 이수 과목, 과외활동, 그리고 4개의 개인 에세이(PIQ)뿐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립대 지원을 준비하듯 추천서 중심의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는 대신, UCLA 지원서는 PIQ 작성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숫자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 학생이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배웠고 왜 그것이 의미 있었는지를 글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당락을 가르는 셈이다.
전공 선택 전략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리대(College of Letters and Science) 소속 대부분 전공은 지원 전공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합격률을 높이겠다고 관심 없는 전공을 쓰는 것은 실익이 없고, 오히려 실제로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정직하게 선택하는 편이 낫다.
반대로 공대(Samueli School of Engineering), 간호대, 연극·영화·TV, 예술·음악 계열처럼 별도 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단과대학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들은 모집 정원이 적고 경쟁이 훨씬 치열한 데다, 떨어지더라도 다른 전공으로 자동 재심사되는 제도가 없고 입학 후 다른 단과대학으로 전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 하나 눈여겨볼 변화는 대기자 명단(waitlist)의 위상이다. 2025년 가을학기 대기자 등록자의 약 11%, 1500명 이상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불과 4년 전과 비교하면 네 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 섣불리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결국 최근 몇 년간의 합격률 상승을 “UCLA가 쉬워졌다”는 신호로 읽는 것은 오독에 가깝다. 지원자는 여전히 14만 5000명을 웃돌고, 학교는 정해진 정원을 채우기 위해 합격자 수와 대기자 활용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타주 학생(out-of-state)들에게는 경쟁이 오히려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험 점수 한 줄로 승부를 가리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 UCLA가 보는 것은 학업의 깊이와 일관성, 활동의 의미, 그리고 에세이에 담긴 지원자의 생각이다. 합격률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바뀐 평가 기준에 맞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