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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같은 악기 연주할 때…“서로 다르지만 이해되는 사이”

중앙일보

2026.08.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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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같은 악기를 다룬다. 한 쌍은 피아노, 또 다른 부부는 오르간이다. 피아니스트 부부는 “서로 음악이 너무나 달라 신기할 정도”라 하고 오르가니스트 부부는 “우리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한다. 모두 독주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이달과 10월에 각각 듀오 공연을 여는 두 쌍의 연주자 부부를 각각 인터뷰했다.



"서로의 음악이 좋아 결혼했다"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김수연(왼쪽), 원재연 피아니스트 부부. 유럽에서는 종종 함께 연주했지만 한국 듀오 공연은 공식적으로 처음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김수연(왼쪽), 원재연 피아니스트 부부. 유럽에서는 종종 함께 연주했지만 한국 듀오 공연은 공식적으로 처음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부부가 모두 피아니스트인 집의 풍경은 어떨까.

“보통 제가 오전 8시에 집을 나가요. 따로 마련한 연습실에서 연습을 시작하죠.” 조금 더 외향적인 남편 피아니스트가 집에 있는 피아노를 아내에게 양보한다고 했다. 서로 출근하듯이 연습을 시작하는 일상이다.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원재연(38)과 김수연(32)은 음악계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피아니스트 부부다. “의외로 많이 없더라고요. 다른 악기 연주자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원재연)

원재연·김수연 부부가 이달 듀오 무대를 마련했다. 한 피아노에서(포 핸즈) 또는 두 대의 피아노로(투 피아노) 연주한다. 이 무대를 위해 함께 집중 연습 중이다. 10년 넘게 연애하고 결혼 3년 차인 부부의 딱 맞는 화음을 기대했지만 약간 다른 답을 듣게 됐다. “저희는 서로 정말 다른 피아니스트예요.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더 확실히 알게 됐죠.”(김수연)

남편은 음악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피아니스트다. 반면 아내는 작품을 이미지화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쌍둥이가 연주하는 것처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서로 다른 소리와 해석을 들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어요.”(원재연)

음악적으로 다른 피아니스트이지만 차이를 이해할 때 부부의 장점이 발휘된다. “같이 연주하다 보면 다른데도 잘 맞아요. 0.1초 정도의 순간에 저 사람이 뭘 하고 싶은지 알겠거든요. 거기에 반응하면서 음악이 딱 맞는 순간에 기분이 좋죠.”(김수연)

두 피아니스트는 각자 독주자로 활발히 활동한다. 원재연은 부조니와 롱-티보 콩쿠르에서, 김수연은 몬트리올 콩쿠르에서 입상·우승했고 각각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고 꾸준히 독주회 무대에도 선다. 이달 초에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축제들에서 따로 또 같이 연주했다.

처음으로 함께 연주했던 곳은 연습실이었다. 학생 시절 남편이 아내의 반주자로 투입됐던 것. “저희 둘의 스승인 강충모 선생님이 수연이가 라벨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오케스트라 파트가 필요하다며 긴급 호출하셨죠.” 이렇게 2010년 처음으로 함께 연주해본 이들은 3년 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각각 최고연주자 과정과 학사 입학시험을 보며 다시 만났다. 김수연은 “음악에 대해 해줄 얘기가 많다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못하게 잡고서 얼마나 대화를 길게 했는지 모른다”며 초반 만남을 회상하고 웃었다. 결국 둘은 서울에 이어 잘츠부르크 국립음대에서도 같은 선생님(파벨 길릴로프)을 사사했다.

여느 커플처럼 만났지만, 피아니스트 부부만의 특별함은 분명히 있다. “서로의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결혼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점이다. “음악과 사람이 동의어라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 자신의 마음과 인격을 바꿀 수도 속일 수도 없어요.”(김수연)

원재연과 김수연은 부조니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시작해 거쉬인의 ‘쿠바 서곡’으로 끝나는 다채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꿈만 꾸던 작품을 아내 덕분에 연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41년째 오르가니스트로 연주하는 올리비에 라트리(오른쪽)와 한국 태생의 오르가니스트 이신영 부부. 10월 롯데콘서트홀에서 한 오르간을 함께 연주한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41년째 오르가니스트로 연주하는 올리비에 라트리(오른쪽)와 한국 태생의 오르가니스트 이신영 부부. 10월 롯데콘서트홀에서 한 오르간을 함께 연주한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여러 단의 건반, 수십 개의 발 건반에 수천 개의 파이프가 연결된 오르간은 가장 복잡한 악기로 꼽힌다. 혼자 해도 까다로운 오르간을 함께 연주하는 부부가 있다. 10월 한 대의 오르간으로 듀오 연주를 들려준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64)와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신영(44)이다. “건반 위에서 그야말로 안무가 펼쳐져요.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계산하고 몸에 익혀야죠.” 서면 인터뷰에서 라트리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각자의 공간을 찾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물리적으로 까다로울지 몰라도 음악적으로는 편안한 사이다. “남편과 무대에 설 때면 음악적 충돌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서로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이신영)

라트리는 1985년 만 23세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된 후 주말 미사, 주요 가톨릭 축일의 연주를 담당하고 있다. 화재 이후 2024년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 문을 열었을 때도 연주를 담당했다. 이신영은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파리로 유학했으며 유럽과 미국 등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이후 베를린, LA, 파리 등에서 연주하고 있다.

부부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사제지간으로 만났고 이신영의 학업이 끝난 후 결혼했다. 라트리는 “신영이 입학하기 전에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학업 기간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8년을 기다렸다 고백했다”고 했다. 이신영은 “유독 나에게 더 냉혹한 교육 방식에 힘들었지만, 그 덕에 혹독한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각자 독주자로서 활동을 우선으로 하고, 1년에 5~6차례 정도 무대에서 듀오로 함께 연주한다. 라트리는 “신영의 능력과 음악성, 집중력에 늘 감탄한다. 함께 연주할 때면 완전히 신뢰할 수 있다”고 했다. 둘이 처음으로 함께 연주한 곡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편곡. 다양한 색채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작곡가가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편곡했는데 라트리가 다시 오르간으로 바꿔 부부가 연주했다. 라트리는 “이 작품을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것이 10대 시절부터의 꿈이었는데 신영을 만나면서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들은 함께 연주하며 서로 배운다. 이신영은 “남편은 내가 장단점을 말할 만한 정도의 오르가니스트가 아니다”라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좋은 연주자가 갖출 덕목을 다 가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남편은 부부의 연주에 대해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거울”이라 비유했다.

한국에서 이들의 듀오 연주는 8년 만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춤’을 주제로 바흐의 샤콘느, 라벨의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 중 ‘일출’ 등을 연주한다. 2부는 부부의 첫 듀오 곡인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이신영은 “마치 한 오케스트라를 두 명의 지휘자가 설계한 것처럼 들려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10월 6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



김호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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