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을 지원하는 경기도교육청의 교권보호전담관이 지난 22일 공식 출범했다. 교육 활동 침해나 악성 민원 등 교권침해 피해를 발생 초기부터 종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교권보호전담관엔 교사 등 교원은 물론 변호사, 의사, 상담 전문가 등 300명이 선발됐다. 모집 당시 경쟁률이 36대 1에 달할 정도로 큰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당초 50명의 교권보호전담관을 선발하려고 했던 계획을 버리고 300명으로 확대 선발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교권보호전담관에 지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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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당하면 교사만 발 동동…도울 사람 있어야
교권보호전담관은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종결 때까지 1대 1로 피해 교원을 통합 지원한다. 장학사와 전문가 등으로 사실 확인부터 법률 자문, 심리 상담과 회복, 사후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돕는다. 현재 선발된 교권보호전담관의 3분의 1은 교원(110명)이다. 누구보다 피해자들의 마음을 잘 알아서다.
지난 22일 열린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 모습. 경기도교육청
윤선노(42·평택 청옥초 교사) 교권보호전담관은 교권 침해 피해 교사의 가족이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아내가 몇 년 전 학부모의 폭언·폭행 피해를 봤다. 당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고 한다. 윤 전담관은 대리인으로 아내를 돕고 돌보면서 교권 침해의 실태를 체험했다. 특히 상처 입은 피해 교사가 홀로 문제 해결부터 후속 처리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윤 전담관은 “학교도 적극적으로 피해 교사를 보호하지 않았다”며 “형사 고소도 검토했지만 사과를 받고 마무리했는데 그 일 이후 아내는 심한 트라우마로 휴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도우면서 “교권 침해 교원을 돕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차 사고가 나면 보험 회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교권 침해 사건도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전담관은 “교권침해의 피해자는 교사 한 명이 아니다. 주변 교사들도 위축되고, 한 반에서 수업을 받은 학생과 학부모들도 트라우마를 겪는다”며 “교권보호전담관은 교사만 보호하는 것이 아닌 교육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열린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에서 윤선노 교권보호전담관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교육청
김병찬(53·안산 원곡고 교감) 교권보호전담관은 “나의 교직 생활 경험과 노하우 등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서 지원했다”고 했다. 김 전담관은 학생부장으로 8년을 재직했다. 경기도교육청 학교폭력예방 현장지원단과 교육부 학교폭력예방 교육 컨설턴트 등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언급하며 “드라마가 과장된 면도 있지만, 아예 없는 일을 그린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컨설턴트 활동 중엔 담임 교사를 불신해 3차례나 교체 요구한 사례를 담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최근엔 소셜미디어(SNS)의 발전으로 딥 페이크 같은 AI를 활용한 폭력도 판을 친다.
김 전담관은 “대부분의 교사가 교권 침해를 당해도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봐 징계 요청이나 형사 고소 등을 꺼린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교권 침해에 대한 법률 지원 등이 있었지만, 충격을 입은 교원 대부분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이들을 옆에서 지지하고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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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전문 상담가·변호인 등 전문가도 돕는다
교권보호전담관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변호사·의사·경찰·상담사 등 전문가(160명)다. 나머지 30명은 경기도민으로 채워졌다. 아동학대 피신고,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악성 민원 등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으로 임명된 배근석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 본인 제공
배근석(66·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 교권보호전담관은 35년 경력의 경찰 출신이다. 여기에 학교분쟁갈등조정전문가(1급)·회복적대화모임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퇴직 이후 안산·부천·시흥·안양 등 교육지원청의 화해중재위원·학교폭력전담조사관을 역임했는데 상담 과정에서 만난 교사들의 고충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배 전담관은 “경찰은 피해자 경호나 가해자 처벌에 맞춰서 일하는데 상담을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의 마음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교사들이 마음 놓고 가르치고 신뢰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김기훈(39·희담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교권보호전담관은 교권침해·학교폭력 사건을 수임했던 경험이 지원 계기가 됐다. 학생에게 피해를 본 교사가 오히려 “내 남은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고 가르칠 수 있겠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김 전담관은 “피해 교사가 계속 학생들을 걱정하고 본인의 사명을 잊지 않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교사들이 ‘좋게좋게 해결하자’는 주변 분위기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내 능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열린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 모습. 경기도교육청은 교원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교권보호전담관 300명을 선발했다. 경기도교육청
교권전담보호관들은 “피해 교원들이 ‘혼자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교육청 교육활동 보호 지원단 등에서 활동한 강지선(51·용인 석성초 교감) 교권보호전담관은 “피해 교원들이 학교 현장을 싫어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도록‘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 전담관은 교권보호전담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권에 관심과 역량이 있는 이들을 선발했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도 기대가 큰 만큼 교권보호전담관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나 관리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