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 인천 최초 로봇수술 5000례 달성 암 제거 넘어 장기·기능 보존에 주력
김정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장
81세 여성 신장암 환자가 최근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받았다. 고령이었지만, 다빈치 로봇과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무허혈 신장 부분절제술(신장의 혈류를 차단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방식)’로 신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암 병변만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수술은 인천성모병원의 5000번째 로봇수술로 기록됐다. 다음은 수술을 집도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김정준(비뇨의학과 교수·사진) 로봇수술센터장과의 일문일답.
Q : 로봇수술 5000례 달성의 의미는.
A : “15년 전 우리 병원이 꿈꿨던 미래 의료의 비전이 현실화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로봇수술 기술이 지금처럼 충분히 검증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고난도 수술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5000례는 그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가 있다.”
Q : 그중 신장암 수술이 2000건에 달한다.
A : “신장암은 로봇수술을 통해 치료가 크게 발전한 대표적인 분야다. 과거 기술적 한계로 신장 전체를 제거해야 했던 환자 상당수에서도 이제는 신장 기능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을 시도할 수 있다. 전절제술보다 부분절제술이 10년 생존율에서 유리하다. 투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2011년 로봇수술을 도입했다. 2020년 지역 최초로 로봇수술 1000례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 5000례까지 잇따라 최초 기록을 세웠다. 특히 신장암에서는 국내 최초로 무허혈 신장 부분절제술을 상용화하며 장기와 기능을 보존하는 고난도 치료의 임상 경험을 축적해 왔다.
Q : 로봇수술의 가장 큰 강점은.
A : “수술 결과의 ‘예측 가능한 균질함’이다. 작은 절개로 넓은 시야를 확보해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고, 집도의가 수술 과정 대부분을 직접 통제해 여러 변수를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내는 것만큼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봇수술은 이런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Q : 의료진의 숙련도는 얼마나 중요한가.
A : “숙련된 의료진의 역량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차이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로봇수술은 기존 개복·복강경 수술보다 술기를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다. 시뮬레이터와 수술 영상을 교육에 활용하기 쉽고, 통제된 환경에서 수술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이면 수술 시간도 단축돼 환자의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다. 우리 병원은 인천에서 일찌감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구축해 구형 장비부터 다양한 사례를 경험했다. 수술 중 실제 질병의 정도가 예상과 다르거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런 경험이 힘을 발휘한다.”
Q : 환자가 체감하는 변화도 클 텐데.
A : “간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봇수술의 또 다른 장점은 빠른 회복이다. 암 수술 후 보호자가 상주하면서 가족 전체의 일상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로봇수술을 통해 환자가 빠르게 회복하면 그만큼 간병에 따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Q : 지역병원이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 “지역 의료의 경쟁력은 결국 환자의 신뢰에서 나온다. 지역병원의 치료 수준이 서울 대형병원에 못 미친다는 인식이 생기면 중증 환자의 유출을 막기 어렵다. 로봇수술은 숙련된 집도의와 시스템을 갖추면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환자에게 꼭 필요하고 치료 효과가 검증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서울 소재 대형병원과의 간극을 줄이고 지역 의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 병원의 로봇수술 건수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오랜 기간 쌓여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본다.”
Q : 로봇수술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A : “로봇수술의 미래는 전기 자동차와 닮았다. 전기차의 핵심이 모터가 아닌 자율주행 기술이듯, 로봇수술도 단순히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기계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해부학적 구조를 데이터화해 수술에 접목하면 더 정밀하고 표준화된 수술이 가능해진다. 현재의 로봇수술은 이런 미래 수술 시스템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결국 로봇수술의 미래와 일반 수술의 미래는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