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보 뒤사라 페라리코리아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강남 청담전시장에서 준대형 전기세단 '루체'를 공개했다. 사진 페라리코리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양산형 전기차 페라리 ‘루체(Luce)’가 국내 시장에도 출사표를 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55만 유로(약 9억원)가 넘는 가격에도 500대 넘게 팔려나간 만큼, 국내 시장에서 ‘초고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페라리코리아는 서울 강남 청담전시장에서 준대형 전기세단 루체를 국내 처음으로 공개했다. 티보 뒤사라 페라리코리아 대표이사는 “한국은 문화적 헤리티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최첨단 미래 기술에 대한 높은 안목을 동시에 갖춘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 고객들이 페라리에 기대하는 게 단순히 ‘빠른 스포츠카 한 대’가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루체는 고성능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상징이던 페라리가 처음 내놓은 순수전동화 모델이다. 애플 ‘아이폰’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전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와 마크 뉴슨이 디자인을 주도해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5월 신차 공개 이후 디자인과 가격을 두고 논란이 터져나왔다. 20년 넘게 페라리를 이끈 루카 디 몬테제몰로 전 페라리 회장이 “저 차에서 ‘뛰어오르는 말(카발리노 람판테)’ 로고를 떼어냈으면 좋겠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페라리 로고를 달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페라리 '루체'의 전면. 웅장하면서도 곳곳 정교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석현 기자
페라리 '루체'는 앞·뒤 도어가 반대방향으로 열리는 양문형 도어를 채택했다. 고석현 기자
직접 본 루체는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페라리 모델 처음으로 4도어 5인승 레이아웃을 채택했는데, 과거 페라리의 2인승 스포츠카처럼 스포츠 레이싱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온 가족의 데일리 드라이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계와의 협력도 눈에 띈다.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디스플레이 등엔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탑재됐고, 배터리는 SK온의 배터리셀을 기반으로 페라리가 직접 패키징했다. 다만 트렁크 용량은 597L로 작지 않지만, 폭과 깊이가 각각 약 1m 정도라 골프 캐디백을 가로로 반듯하게 싣기 어려울 정도로 활용성에는 다소 제약이 있어 보였다.
페라리 '루체'의 실내 인터페이스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을 통해 개발된 최첨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시스템이 탑재됐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페라리의 요청에 따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해 하나의 마스터피스 같은 계기판을 완성시켰고, 운전자가 입체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페라리코리아
글로벌 시장 판매가는 55만 유로로, 현재 환율을 단순 적용하면 9억원 내외다. 하지만 페라리코리아는 루체의 국내 판매가격을 약 8억5000만원부터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페라리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환율이 그대로 반영되면 소비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리가 ‘공격적 가격’ 카드까지 꺼내 들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건 국내 초고가 수입차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페라리코리아는 지난 5월 글로벌 출시 이후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데,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국내에서도 사전예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중반 국내에서 첫 차량인도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