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양필 농장주가 지난 20일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의 키위농장에서 오는 10월~11월 수확을 앞둔 키위를 보며 웃고 있다. 최충일 기자
“맛본 사람은 아는데예. 제주 키위 맛 돌코롬(달콤)한거예.”
지난 20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의 한 키위 농가. 약 1만1570㎡(3500평) 규모의 키위밭에서 농장주 문양필(68)씨가 키위 재배용 영양분을 살포했다. 약 170㎝ 높이의 그물망 맨 꼭대기에 키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덩굴을 타고 천장에서 잘 크는 키위의 특성 때문에 농장주들이 작업하기 알맞은 높이로 그물망을 설치한다.
문씨 농장의 천장에 매달린 키위는 세 가지로 모두 국내산 품종이다. 한때 참다래라 불리던 그린키위 ‘헤이워드’, 골드키위 계열인 ‘스위트골드’, 신품종 골드키위 ‘감황’ 등이다. 지난 4월 꽃을 피운 후 5월에 수정 작업을 하고, 10월 중순부터 11월까지 수확을 한다. 문씨는 “품질 높은 우리 키위들을 안정적으로 소비자 식탁까지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올해 브랜드가 통합돼 고민이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키위의 절반을 생산하는 제주가 ‘브랜드 통합’에 나선다. 뉴질랜드산을 중심으로 수입 키위가 연간 5만t에 육박하면서다. 생산량은 국내 1 위지만 농가와 품종별로 흩어진 생산·유통 체계를 하나로 묶어 수입산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문양필 농장주가 20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키위농장에서 키우고 있는 그린키위를 손으로 갈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농협은 24일 “기존 키위의 각개전투식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가을 출하하는 그린키위부터 통합브랜드 ‘탐나도키위’ 이름을 붙여 통합 관리한다”고 밝혔다. 품질과 출하기준을 맞추고 생산자 조직화와 공동출하를 확대해 제주산 키위의 이름값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인지도가 상승한 제주산 키위의 물류·수출 지원 확대도 추진한다.
키위는 감귤에 이어 제주를 대표하는 과수로 자리잡고 있다. 제주농협키위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키위 생산량은 1만2522t이었다. 2020년 8806t에서 2021년 8711t, 2022년 8911t, 2023년 1만2962t, 2024년 1만1918t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제주농협키위협의회가 발간한 ‘2025년산 제주 키위 생산·유통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제주 키위 생산량(1만1918t)은 전국 생산량의 51%에 달했다. 조수입은 512억4700만원으로 제주 기타과수 전체 조수입(1011억5200만원)의 50.7%를 차지한다.
하지만 수입산 키위의 수입량은 이를 가뿐히 뛰어넘어 약 4배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키위 수입량은 4만8696t으로 2016년(3만735t)보다 58.4% 늘었다. 2020년 뉴질랜드산 키위에 무관세가 적용된 뒤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산은 세계적인 브랜드 ‘제스프리’를 앞세워 품종과 생산, 유통,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당도와 크기 등 품질이 균일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반면 제주산은 생산자별로 생산과 유통이 나뉘어 있고 품종에 따라 브랜드도 제각각이었다. 생산량과 출하량, 재고 등에 대한 정보 공유도 부족해 출하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진문 제주농협키위협의회장(조천농협 조합장)은 “고품질 생산과 생산자 조직화, 통합브랜드 육성을 통해 제주 키위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