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영 특별검사가 24일 2차 종합특검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최종 58명을 기소하며 180일간의 수사를 끝냈다. 역대 어느 특검보다 많은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앞서 같은 사안을 수사했던 내란특검 등 3대 특검 판단을 번번이 뒤집으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초대형 국정농단”이라며 관심을 끌었던 의혹의 실체는 공개하지도 않았다.
권창영 특검은 24일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수많은 난관에도 7명을 구속기소하고 51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며 “다만 여러 사정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도 여러 건 있고, 수사 과정에 잘못된 점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노상원 수첩 ▶윤석열 대통령실의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개입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사 무마 ▶경찰의 통일교 수사 무마 의혹 등 46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 수사 대상으론 150명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 관저 이전 의혹을 파헤쳐 마무리 지은 건 종합특검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대거 기각되면서 수사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기소로 결론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검팀은 총 20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13건이 기각됐다. 기각률 65%로 앞서 내란특검팀(46%), 김건희특검팀(31%)이나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 기각률(21%)보다 높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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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특검 뒤집기 올인…종합특검 영장기각률, 일반의 3배
종합특검은 3대 특검의 후속 격으로 지난 2월 출범했다. 3대 특검이 시간 부족으로 끝맺지 못한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노상원 수첩상 정치인 살해 목적을 규명하거나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의 윗선 확인 등이 주어진 과제였다.
그러나 종합특검이 잔여 수사 마무리보다 기존 특검들 판단을 뒤집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3 계엄 사태 때 체포조 의혹을 폭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수사해 계엄 당시 간부 회의 소집 등으로 내란에 가담했다며 입건해 결국 기소까지 했다. 계엄에 반대했다고 알려진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과 서강대교 회군으로 훈장을 받은 조성현 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했다. 내란특검은 이들을 입건조차 안 했다. 특검법에 따라 종합특검은 전임 특검의 판단을 뒤집으려면 사전 협의해야 한다. 종합특검은 내란특검과 물밑에서 협상하는 대신 기존 수사가 부실했다거나 내란특검 판단이 잘못됐다고 외부에 공개했다.
새로운 범죄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가 무산된 일도 빈번했다. 종합특검은 12·3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군 병력 투입 등 행위에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새로 적용하려 했다. 이미 윤 전 대통령 등이 내란 관련 죄목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터라 법조계에선 이중기소 지적이 나왔다. 그동안 종합특검은 새로운 범죄 사실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동시에 해당)이라 공소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2수사단 비선 조직을 꾸린 의혹으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새로 적용해 수사했다. 하지만 기소 등 처분에 이르진 못했다.
종합특검은 기존 3대 특검 수사 범위를 크게 벗어나 검찰의 2022~2023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수사했다. 압수수색영장을 2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이 해당 의혹은 종합특검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부 기각했다. 이에 수사는 지난 6월부로 사실상 중단됐다. 앞서 종합특검은 이 사건 수사 착수 사실을 발표하며 “초대형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실이 어떤 경위로 수사에 개입했는지 등 의혹의 실체는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종합특검은 해당 의혹 수사를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합특검이 초기 수사 방향 설계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는 “기존 3대 특검의 수사 대상을 이어받아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차별화에 대한 욕심에 수사를 무리하게 벌인 것 같다”며 “기존 특검 이상의 성과를 내려고 불입건, 불기소된 사건 결론을 뒤집으려다 곳곳에서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의 무리한 혐의 적용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혈세를 쏟아부은 2차 종합특검이 결국 ‘막판 실적 쌓기용’ 무더기 기소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졸렬하게 막을 내렸다”며 “부실 수사와 야당 사냥으로 끝난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