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찰이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하고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장씨 소유의 휴대전화와 충전식 소형 전자제품 등 소지품이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장씨의 숙소에서 400m 떨어진 곳으로, 도보로 약 5분 거리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은 타살로 보이는 흔적은 특별히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3시쯤 제주시 한림읍 한 종묘장 앞 농로. 빽빽한 카나리아 야자수숲 주변을 경찰관 10여 명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37)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이날 오전 10시45분쯤 발견된 곳이다. 주민 한모(69·여)씨는 “야자수숲 앞길은 올레길이어서 관광객 등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장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제주경찰청은 24일 “한림읍에서 장씨로 추정되는 30대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타살로 보이는 흔적은 특별히 없었다”고 밝혔다. 장씨가 발견된 야자수숲은 그가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쯤 외출한 펜션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져 있다.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실종 104일 만에, 실종신고를 받은 부모(35) 경장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지 101일 만에 발견되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과 수색 골든타임을 놓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야자나무숲은 장씨의 숙소에서 도보로 5분 거리고, 인근에 폐쇄회로(CC)TV도 있었으나 경찰은 그동안 장씨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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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백골로 돌아온 날, 실종은폐 경찰은 풀려났다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이 24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체포 적부심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이날 법원은 형사소송법상 긴급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긴급 체포는 위법하다며 부 경장에 대해 석방 결정을 내렸다. [뉴스1]
한림읍 일대 CCTV 영상은 장씨 실종신고일을 기준으로 30일이 지나 자동삭제됐고, 경찰의 공식 열람 요청은 실종일로부터 100일 가까이 돼서야 이뤄졌다.
발견된 시신은 장씨가 실종 당시 입고 있던 것과 동일한 의류를 착용하고 있었다. 장씨의 휴대전화와 금팔찌 등 소지품도 발견됐다. 경찰은 신분증과 유서 등은 나오지 않았지만 발견 장소와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장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과 사망 시점, 사망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은 장씨가 실종 당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도 조사 중이다. 장씨의 실종은 지난 5월 15일 최초 실종신고를 접수받은 부 경장이 사건을 허위로 종결하면서 장기화됐다. 경찰은 이날 부 경장에 대해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에는 장씨 사건과 지난 7월 허위로 종결한 또 다른 실종자 A씨(60대) 사건 등이 포함됐다.
김경진 기자
부 경장 측은 법원에 이날 체포적부심을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석방됐다. 제주지법은 “긴급 체포의 요건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뜻하는데 이번 경우는 계속해서 소재 파악이 되고 있어 긴급성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부 경장은 25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석방 상태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이날 제주동부경찰서 앞에서 부 경장을 기다리던 A씨 유족들은 “살아 있대매, 살아있다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부 경장은 장씨에 대한 최초 실종신고 당시 “장씨와 연락이 닿아 안전을 확인했으며, 장씨가 가족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가족 등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부 경장과 장씨 사이의 통화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 경장은 지난 7월에도 “가족과 연락을 원치 않는다”며 A씨 사건을 종결했지만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건 허위 종결 사실이 불거지자 지난 20일부터 경찰과 해경 등을 투입해 한림항 등을 수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제주에서는 지난 22일부터 사흘 동안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이 장씨와 A씨를 포함해 4명이나 발견됐다.
경찰 안팎에선 부 경장이 종결 처리한 실종신고가 298건에 달한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장씨와 관련 “제주청장으로부터 ‘목맴사’ 추정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이 없느냐는 질의에는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장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