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그제(23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세제개편안의 보완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주택자에 대해 거주·비거주 구분을 두지 말고,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인정’ 사유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고, 정부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땜질로는 시장 혼란을 수습하기 어렵다. 예외를 아무리 넓힌들 사각지대는 생기고, 선의의 피해자는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 4~20일 입법예고 기간 법제처에 쏟아진 1만 건이 넘는 의견 절대다수는 반발 여론이었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차등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는 방안까지 과잉 규제라는 반대가 많았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이처럼 조세 저항 수준의 반대가 빗발친 경우는 없었다.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가가 보호해 온 ‘1가구 1주택’ 원칙을 실거주와 비거주 개념으로 구분해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꾼 취급하며 징벌적 과세 대상으로 삼으려는 데 있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취학, 부모 봉양을 비롯해 손주 돌봄, 이혼, 노후 생활비 마련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자신의 집을 세 주고 전월세를 사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예외 대상을 정하고 그에 해당하는지를 행정관청으로부터 인정받으라는 것 자체가 거주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발상이다. 게다가 은퇴해 소득이 없는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는 종부세 강화,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라가는 종부세율 인상 등 세금의 보편적 상식에 맞지 않는 내용도 적지 않다. 정말 집 한 채 가진 것이 죄라는 말인가.
한성숙 국무총리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왼쪽부터)가 23일 총리공관에서 주요 현안 논의를 위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취임 후 첫 고위당정에 참석한 김 대표는 이날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김경록 기자
시장이 벌써 세제개편안에 반응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구·서초구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덜 똑똑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면서 나머지 지역에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중산층의 시름만 깊어질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핵심으로 한 세제개편 기조를 폐기하고 새로 짜는 것이 맞다. 부동산 증세에 대한 민심의 거센 반발과 함께 중산층과 서민들까지 고통스럽게 할 극심한 주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 만큼 종부세와 양도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