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왜 서울시장만 한복 입었나” 청계천 준공식서 盧 뿔난 이유

중앙일보

2026.08.24 13:01 2026.08.24 13:2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제24회 새로 태어난 청계천, ‘환경 영웅’이 되다


" 해가 떴습니다! "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오후 들면서 거짓말처럼 멈췄다. 잿빛 하늘을 가르며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의전팀장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참석하시겠답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난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요청드렸더니, 참석하시기로 하셨답니다. "

의전팀장이 전화를 건 곳은 청와대 비서실이었다. 용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청계천 준공식 참석 여부였다.

2005년 10월 1일, 나는 ‘청계천 새물맞이’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인 준공식 및 기념행사를 마련해 국내외 귀빈 4000여명을 초청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단순한 의전 차원이 아니었다. 수도 한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은 서울시만의 공간이 아니라, 오랜 세월 역사와 함께해 온 국가적 자산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태종, 영조 등 왕실이 직접 관리했던 역사적인 하천이기도 했다.

2005년 10월 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식전 행사에서 이명박 시장이 준천(濬川·물이 잘 흐르도록 개천 바닥을 깊이 파냄)사를 낭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5년 10월 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계천 새물맞이' 식전 행사에서 이명박 시장이 준천(濬川·물이 잘 흐르도록 개천 바닥을 깊이 파냄)사를 낭독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 의미에서 청계천 복원은 서울시가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국가적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국무회의 때 ‘역대 청계천 공사는 모두 임금이 했다’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말에, ‘청계천 복원은 서울시가 해도 노무현 정부 때 이루어진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답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래서 나는 노 대통령을 준공식에 정중히 초청한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노 대통령은 참석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나는 여러 차례 참석을 요청했고, 그제야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런데 준공식 당일,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비가 내린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짐작건대 노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여당과 청와대 인사들 입장에서는 장애물이 너무 많아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던 공사가 보란 듯이 성공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선공후사였다. 역사에 남을 그 기념비적 행사에 대통령이 빠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비까지 그치자 더는 명분이 없었다. 결국 노 대통령은 다시 행사장으로 향했다.

북한을 포함해 조선8도에서 채취한 물이 담긴 수레가 기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을 포함해 조선8도에서 채취한 물이 담긴 수레가 기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앙포토

나는 서울시청에서 도보로 행사장이자 복원된 청계천의 시발점인 청계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인산인해였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소설가 박경리씨, 해외 주요 도시의 시장들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들과 서울시민이 운집해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역사적 순간을 축하했다.

행사는 합수(合水) 의식으로 시작됐다. 한라산 백록담을 비롯한 남쪽의 물과 어렵게 구한 백두산 천지, 압록강, 두만강, 대동강 등 북쪽의 물을 한 데 더해 청계천에 흘려보내는 의식이었다.

그게 끝나자 노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흔쾌히 온 건 아니었지만 역시 그는 공인이었다. 축사를 통해 나를 칭찬했다.

" 청계천 복원은 서울의 역사를 바꾸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겁니다. 결단을 내리고 강력한 의지로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시장의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이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나 역시 인사말을 통해 화답했다.

" 청계천 복원 착공 한 달 전인 2003년 6월 4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 주심으로서 착공에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다음날에도 청와대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의 행사 참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행사 후 돌아간 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준공식 의상 문제를 지적했다고 한다.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URL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왜 서울시장만 한복 입었나” 청계천 준공식서 盧 뿔난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4357

‘이명박 회고록’ 또 다른 이야기
“인정하자, 보수는 참패했다” 이명박, 13년만에 처음 입 열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706

尹, 수감중인 MB에 한 부탁 “UAE 국왕에게 편지 써달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970

“난 대통령 될거야, 당신은…” MB 경악한 정주영 폭탄 발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7558

“그말 하니까 눈물이 다 나네” MB 울린 ‘한반도 대운하’ 좌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349

“너 인마, 그딴 걱정을 왜 해!” MB 고대 보낸 ‘헌책방 욕쟁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0363

“이명박 조심해, ‘그거’ 할 놈이야” 박정희는 정주영에 경고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5324

박정희 “이제 그만합시다”…서거 며칠 전 MB에 온 ‘천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6042

MB·노무현 청계천 담판 그날…“왕이 했잖소” 이창동의 도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3337


“가스 폭발할까 미국인 안 다녀” 그런 청계천, 개똥참외가 살렸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1470

“‘손가락 자르기’ 내기합시다”…MB 버스 개혁때 살벌한 제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5275

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