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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사람들, 살며 생각하며] 호박이야기

Chicago

2026.08.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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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해

조아해

같은 씨를 심고 같은 햇살과 물을 먹고 자란 호박들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어떤 호박은 탐스럽게 자랐는데, 어떤 호박은 철망에 눌려 울퉁불퉁한 얼굴로 여름을 버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호박이 그런 모양을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닙니다. 자라나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렇게 된 것뿐입니다.
 
호박 [조아해]

호박 [조아해]

그러나 그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꼭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평탄한 길을 걷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철망에 걸린 채 힘겨운 계절을 지납니다.
 
완벽한 평등을 외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앞에 놓인 작은 철망 하나를 치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불평만으로는 호박의 상처가 낫지 않습니다. 철망을 들어내고, 비 온 뒤 흙을 다시 고르고, 햇살이 잘 들도록 방향을 바꿔 줄 때, 비로소 호박은 더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세상은 없지만 서로의 철망을 함께 걷어주는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호박 하나를 보며 배운 건 우리가 함께 치워야 할 것은 누군가의 모양이 아니라 자라남을 가로막는 환경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름 햇살 아래 잘 익은 호박을거두며 풍성함을 기뻐하듯, 우리도 서로에게 철망이 아니라 지지대가 되어준다면 세상은 조금씩 더 따뜻해질 것입니다. (리얼터)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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