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장례식장이 조문객이 보낸 근조화환을 임의로 수거해 처분하거나, 음료·과일 등 조리되지 않은 외부 음식물의 반입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워진다. 계약 전에 장례비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영업’에도 제동이 걸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장례식장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장례를 치러야 하는 유족이 비용이나 서비스를 충분히 비교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장례용품 강매나 비용 과다 청구 등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2024년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장례식장 관련 민원은 연평균 134건이었다.
장례. 중앙포토
개정 약관은 조문객이 보낸 화환의 소유권이 장례식장이 아닌 ‘유족’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이 화환을 처분하려면 반드시 유족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실제로 국민신문고에는 장례식장 협력 화환업체가 발인 날 “화환을 개당 1000원에 넘기라”고 요구했다가 유족이 거부하자 빈소에서 난동을 부린 사례가 접수됐다. 또 다른 장례식장은 유족을 압박해 화환 수거 권한을 가져간 뒤 이를 특정 협력업체에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기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으로 장례식장의 화환 독점 및 강제 처분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과일과 음료·주류, 마른안주, 과자, 견과류 등 조리하지 않은 음식물은 외부에서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표준약관에는 외부 음식물 반입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일부 장례식장이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했다. 다만 식중독 등 위생사고를 막기 위해 밥과 국, 전류, 반찬류, 떡 등 조리된 음식물은 원칙적으로 반입을 제한한다. 장례식장과 이용자가 사전에 협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고무줄 장례비’ 논란을 막기 위한 비용 안내도 강화된다. 최초 상담 때 장례비용이 최대 1000만원이라고 안내받았지만 실제로는 1600만원을 청구받는 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장례 서비스 이용료를 시설 임대료와 장례 관련 수수료, 장례용품비, 청소·관리비 등으로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사업자가 계약 전에 각 비용을 소비자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표준약관 사용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정위는 사업자단체와 관계 부처,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한 만큼 업계의 자율적인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분쟁이 줄어들고 바람직한 거래 질서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