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단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이 다른 실종 사건에선 실종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사건을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
60대 실종자 유가족, “잘 살라 하고 나갔다” 신고
장미란(37)씨 등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으로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 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이 24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제주지법에서 열리는 체포적부심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2일 백골 상태로 발견된 60대 A씨의 유가족은 실종 신고 당시 부 경장에게 A씨의 사망 위험을 알렸다. 유가족은 7월2일 최초 신고를 하면서 “남편이 (6월) 28일에 나가 연락이 두절됐다. 아이에게 ‘사업에 실패해 빚이 많다. 잘 먹고 잘 지내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A씨 유가족에 따르면 부 경장은 이후 ‘남편이 연락 됐다. 무사하지만 가족에게 소재를 알리기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허위 답변을 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 A씨가 무사하단 소식을 듣고 기다렸던 가족은 이후에도 A씨가 돌아오지 않자 계속해서 제주서부경찰서를 찾았다. 그러나 한번 종결된 사건을 되돌리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부 경장 관련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뒤인 지난 21일에야 “(A씨에게) 빚이 있고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도 있다”는 재신고를 접수해 수색에 나섰다. 하루 후인 22일 A씨는 제주시 구좌읍 송달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위험 신호 전했지만 백골 상태로 발견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25일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뉴스1.
이번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 경장 측이 향후 ‘실종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알기 어려웠다’라거나 ‘성인 가출은 자진 귀가 사례가 많아 자체 종결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장미란씨 실종 당시 보다 더 구체적인 위험 신호가 신고 내용에 포함돼서다. 장씨 실종 당시 신고 내용은 “여자친구가 13일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5월15일), “제주에 사는 친척 언니가 두달 째 연락두절이다”(7월19일) 등이었다.
유가족은 지난 23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분을 토했다. A씨의 아들은 “(최초 신고) 일주일 후 또 신고하러 갔지만 (경찰에선) ‘아버지가 가족을 찾지 말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찾아보라’고 했다”며 “어머니가 갔을 땐 ‘그럴 거면 딴 데 가서 하라’는 말까지 했다. 국민을 위한 경찰이 맞느냐”고 소리쳤다.
경찰은 부 경장이 처리한 실종 사건 총 298건 중 장미란씨와 같은 사유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종결한 사건을 10여건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실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3건에 대해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실종 처리 체계 문제도 도마
━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장씨가 발견된 지점은 실종 당시 머물던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채 1km도 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이 사건을 계기로 실종 사건 처리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세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은 실종시 경찰이 위치 정보, 카드 이용 내역 등을 확보해 강제 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성인은 경찰청 예규상 가출인으로 분류돼 범죄 연루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소재 파악에 법적 제약을 받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인 실종 신고는 한해 7만여건에 달한다.
부 경장 사례처럼 담당자가 혼자 사건을 해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경찰청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팀장·과장 등 관리자가 승인해야 종결이 가능하도록 이중 확인 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명옥 의원은 “경찰 수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책임 있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제주 외 지방경찰청도 허위종결 등 잘못 처리된 실종사건이 없는지 내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5일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 사건 7만7506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