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경찰 간부 김모 경무관이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2023년 7월 2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 뉴스1
7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차명계좌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며 대폭 감형됐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인지수사’ 사건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승환)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경무관 김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억1016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뇌물 공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사업가 A씨, 차명계좌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김씨의 오빠 등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김씨는 사업가 A씨로부터 불법 장례사업 및 형사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알선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20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7억70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수처는 김씨가 A씨로부터 경찰관 알선 청탁을 받고, 김씨의 오빠와 지인 B씨 명의로 된 차명 계좌를 통해 청탁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A씨로부터 차명계좌로 6억원대 뇌물을 송금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를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범행에 사용됐다고 추정된 계좌가 실제로 김씨의 차명계좌에 해당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인데, 재판부는 해당 계좌가 차명계좌라는 게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해당 계좌를 어느 정도 관리하면서 일부 입출금 행위에 개입했다고 보이긴 한다”면서도 “계좌를 전적으로 관리하면서 오직 자신의 계산으로 입출금해 사용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가 A씨로부터 총 1억1000만원 상당의 신용카드와 노트북을 수수했다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김씨에게 공무원 직무에 관한 알선을 요청한 대가로 금품을 지급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김씨에게 잘 보이면 사업에 도움 될 거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알선뇌물죄가 성립하진 않는다”고 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취임 2주년을 맞은 6월 15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씨와 함께 기소된 A씨, 차명계좌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김씨의 오빠와 지인 B씨 등에 대한 공소는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본인이 아닌 일반인에 대해 기소하고 공소유지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공수처가 김씨 휴대폰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기 때문에 일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이 사건은 1심 선고 당시 공수처가 기소한 피고인 가운데 실형이 선고돼 구속된 첫 사례로 꼽혔다. 김씨는 지난달 1일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청구했지만 같은 달 12일 기각됐다. A씨도 지난 5월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는데, 공수처 검사가 보석 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별도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아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