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관해 “소중한 미래 재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해서 지금의 1만원을 내일은 10만원, 그 후에는 100만원으로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에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씨앗으로 확실하게 삼아서 생산적 재정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해서 재정의 건실한 운영을 도모하라”면서도 “초격차 성장 촉진, K-자형 양극화 완화, 균형 발전, 인재 개발, 청년 미래 사다리 구축 등 핵심 국가 과제 해결에 방점을 두고 예산안 편성을 잘 마무리 해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예산안 당정협의를 갖고 ▶인공지능(AI) ▶첨단기술 ▶청년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 ▶지방 주도 성장 등에 집중 투자하는 총 ‘800조원+α’ 규모의 예산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 제출 이후 국회와 국민의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검토하라”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변경된다고 해서 너무 그 자체에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장미란씨 실종·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내 ‘경찰 개혁’ 기구 신설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일선 직원의 문책만으로 끝나면 지휘 체계가 무엇 때문에 필요하겠느냐”며 “언제나 권력은 집중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이 앞으로 국가 기구 중에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며 “과연 이 큰 권한과 책임을 충분히 이행할 만한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에 앞으로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지 경찰 개혁 기구를 고민하라”고 국무총리실에 지시했다.
지난 24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이 시신이 발견된 수원리의 야자수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그간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자영업자의 배달 수수료 부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공공 배달 앱 통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배달 플랫폼의 “강력 과점 상태”를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짚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최소한 실질적 경쟁 체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2차관이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배달 앱 마케팅 지원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자, 이 대통령은 “더 중요한 건 경영을 통합하는 것”이라며 “거기(통합 앱)에 대한 법률상 또는 국제 거래상 허용되는 지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 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강력·중대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낮추는 방안에 관해선 “신속하게 결론을 내서 국민의 의견을 다시 살펴본 뒤에 조기에 정리하고 입법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극히 짧은 외국인이 추후 납부를 통해 장기간 가입 기간을 인정받아 논란이 된 추납 제도에 대해선 “어떤 제도를 설계하면 완벽할 수가 없기 때문에 빈틈이 생긴다”며 “그 빈틈이 발견됐을 때 얼마나 신속·완벽하게 그 문제를 시정하고 대안을 만들어내느냐가 진짜 실력”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 하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가 당초 연말로 계획했던 KTX·SRT 통합을 9월로 앞당긴 데 대해 치하하면서도, 늘어나는 철도 수요에 반해 고속버스 수요가 줄어드는 것에 관해선 “철도가 없는 지역에 사는 이들 입장에선 일종의 교통 양극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도 통합에 따라 요금을 내리면서 그 양극화를 격화시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간이 참여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대책 수립을 지시하면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진보가 안 되고, 또 위험이 너무 커져도 안 된다. 그 균형점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지난 7월 국무회의 규정 개정에 따라 배석이 가능해진 시·도지사협의회장(박찬대 인천시장)이 처음 참석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박 시장은 “각 지역이 가진 고민을 이재명 정부가 국정에 잘 녹여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한테 주어진 사명”이라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현장의 제언을 부지런히 전해 올리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천시장이 아니라 시·도지사협의회장인 것”이라며 “꽤 많이 충돌할 것”이라는 농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