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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절반 면적에 ‘하얀 금’ 잭팟…포스코 ‘집념의 노다지’ 터졌다

중앙일보

2026.08.24 23:01 2026.08.25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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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이 해발 4000m에 조성된 옴브레 무에르토 염수 폰드를 소개하고 있다. 염수 폰드는 햇빛으로 염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농축하는 인공 연못이다. 이영근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이 해발 4000m에 조성된 옴브레 무에르토 염수 폰드를 소개하고 있다. 염수 폰드는 햇빛으로 염수를 증발시켜 리튬을 농축하는 인공 연못이다. 이영근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찾은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塩湖).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황량한 안데스 고원 한복판에 옥빛 물결이 펼쳐졌다. 이 물길은 포스코그룹이 만든 ‘염수 폰드(pond·연못)’다. 리튬 함량이 높은 염수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현장을 안내한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은 “이 연못에 우리가 ‘황금 소금(Sal de Oro)’이라 부르는 리튬이 잔뜩 녹아 있다”고 말했다.

해발 4000m에 자리한 옴브레 무에르토는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란 뜻이다. 조금만 발걸음을 재촉해도 금세 머리가 띵하고 숨이 가빠질 만큼 사람이 살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지만, 지금은 ‘하얀 금’으로 불리는 리튬의 보고(寶庫)로 탈바꿈했다.

이곳 염수에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이 1L당 평균 921㎎ 녹아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농도다. 매장량을 기준으로 약 300만t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약 700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아르헨티나가 해발 4000m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건설한 상(上)공정 공장의 일부. 이영근 기자

포스코아르헨티나가 해발 4000m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 건설한 상(上)공정 공장의 일부. 이영근 기자

포스코그룹은 2018년 옴브레 무에르토 광권을 2억8000만 달러(약 3866억원)에 인수하며 리튬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에는 북쪽 광권을 약 6500만 달러(약 900억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확보한 염호 면적은 총 287㎢(약 8700만 평)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47%)에 달한다.

2024년 준공한 연산 2만5000t 규모의 염수리튬 1공장은 올해 가동률을 100%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규모의 2공장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3·4공장 투자도 앞당겨 2033년까지 연산 10만t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1·2공장에서는 고급 전기차용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을, 3·4공장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와 보급형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쓰이는 탄산리튬을 생산한다.

미·중 갈등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비(非)중국산 리튬’의 전략적 가치는 계속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리튬 공급망은 정제·가공 단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70.2%에 달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총칼을 들고 하는 전쟁만 전쟁이 아니다”며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으로 2차전지 소재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대한민국 경제안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포스코 리튬 사업, 8년만 첫 흑자 결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리튬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1분기 540억원의 영업적자가 났다. 대규모 투자 뒤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자마자 ‘리튬 한파’를 맞은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7월 t당 8000달러까지 떨어졌던 리튬 가격은 반등해 지난 3월 이후 1만8000달러를 웃돌고 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도 올해 2분기 1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리튬 가격이 t당 2만 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영업이익률은 34%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일대. 이영근 기자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일대. 이영근 기자

흑자 전환까지는 해발 4000m 고원에서 버텨온 직원들의 몫도 컸다. 옴브레 무에르토는 도시에서 370㎞ 떨어져 있다. 차로 7시간, 경비행기로도 30분이 걸린다.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고도와의 싸움이다. 산소가 희박해 밤에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하루에도 기온이 영하와 영상을 오간다. 순간 최대 시속 153㎞의 모래폭풍도 몰아친다. 직원들은 건강을 위해 일주일간 염호에서 근무한 뒤 저지대로 내려가 교대한다.

이곳에서 4년째 근무한 김조현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부장은 “가족과 떨어져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온 포스코그룹과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3~4개월 햇볕에 농축한 ‘황금 소금’


상(上)공정의 핵심은 폰드에서 염수의 리튬 농도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직사각형 폰드에 가둔 염수를 안데스의 강한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키면 단계적으로 리튬 농도가 높아진다. 최종 단계까지 농축하는 데는 3~4개월이 걸린다. 이렇게 얻은 고농축 염수는 인산리튬으로 가공한 뒤 하(下)공정으로 보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정제해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으로 만든다.

이날 하공정 공장에는 정제를 마친 수산화리튬을 담은 500㎏짜리 포대가 팔레트 위에 줄줄이 놓여 있었다. 포대 하나 가치가 약 1250만원이다.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왜 ‘황금 소금’이라고 부르는지 알겠죠?”라며 웃었다.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에 포스코가 조성한 리튬 염호. 사진 포스코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에 포스코가 조성한 리튬 염호. 사진 포스코



中 의존 낮출 포스코 ‘비(非)중국산 리튬’

지난 17일(현지시간) 페르난다 아빌라 아르헨티나 하원의원(오른쪽)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포스코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며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페르난다 아빌라 아르헨티나 하원의원(오른쪽)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포스코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며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지원도 중요한 요소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한국 기업 최초로 아르헨티나 정부의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 제도인 ‘RIGI’ 최종 승인을 받았다. 장기 투자에 세제·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페르난도 아빌라 아르헨티나 하원 광업위원장은 “민간 기업에 열려 있는 투자 시스템이 볼리비아나 칠레와 비교되는 아르헨티나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포스코의 현지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22년 만에 아르헨티나를 공식 방문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포스코의 리튬 사업을 직접 언급하며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해 2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아르헨티나 리튬 폰드에서 사업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지난해 2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아르헨티나 리튬 폰드에서 사업 운영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트리플 코어’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됐다. 산업자원(철강), 전략자원(리튬·희토류 등), 에너지자원(LNG 등)을 3대 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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