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모임 '프리해든스'가 25일 광주고법 앞에서 '해든이 추모집회'를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이른바 ‘해든이(가명) 사건’의 친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부(고법판사 황진희)는 25일 자신의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로 구속기소된 친모 A씨(34)의 항소심에서 원심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학대를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로 기소된 친부 B씨(36)는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으며, 잔혹하고 포악한 본래의 본성이 발현된 결과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 아동이 겪었을 고통과 자신의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대해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홈캠 등 범행의 증거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11시 43분쯤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폭행하고 샤워기 물을 틀어둔 채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지난해 8월 24일부터 10월 21일까지 아들을 때리거나 침대에 던지는 등 총 19회에 걸쳐 학대하거나 방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B씨는 아내의 학대를 방치하고 사건 참고인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해든이의 사인은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인한 쇼크사로 파악됐다. 의료진은 해든이가 머리와 얼굴, 복부 등 전신에 멍이 들고 갈비뼈가 23개 부러진 사실을 확인했다. 욕조에서 물에 빠진 상황은 부수적인 사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시민모임 '프리해든스'가 25일 광주고법 앞에서 '해든이 추모집회'를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A씨는 1심 최후진술에서 “부모로서 저지른 잘못을 책임지고, 무거운 형벌이 내려져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나, 살해 고의가 없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B씨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찰은 B씨의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A씨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을 주장했다. 또 B씨 측은 “직접 학대가 아닌, 방임 행위”를 주장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B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한편 시민모임인 프리해든스는 재판이 열린 이날 낮 12시쯤 광주고법 앞에서 ‘해든이 추모집회’를 열고 A씨 부부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 어린 영아가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반복된 학대 끝에 숨졌다”며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피고인들의 항소를 엄정히 심리하고 감형 없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모임은 재판을 마친 뒤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인이 사건’과 똑같이 무기징역에서 35년으로 감형된 게 씁쓸하고 안타깝다”며 “판사가 학대 영상을 직접 본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판결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