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우리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부 경장은 도대체 왜 그렇게 한 걸까요?”
제주서부경찰서 근무 경험이 있는 중간 간부급 경찰관에게 25일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의 ‘허위 종결 처리 의혹’에 관해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중앙일보와 만나거나 통화한 다른 경찰관들도 “백번 양보해 실종 신고 대부분이 문제없이 해결된다는 이유를 들어 뭉갤 순 있어도 ‘거짓말’까지 만드는 경우는 없다” “업무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실종 신고를 급히 ‘종결 처리’까지 해서 얻을 게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서부서 실종수색팀 소속 부모 경장의 실종 신고 처리 과정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부 경장 범행의 동기가 오리무중인 점, 별일 없이 실종자 신원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부 경장의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등 실익이 적다는 점 등 의문점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부 경장은 지난 5~7월 접수된 장씨와 60대 남성 A씨의 실종 신고에서 “실종자와 통화했다”는 취지로 신고자 등에게 허위로 설명하고 ‘실종 해제’ 처리한 의혹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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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의문점은 ‘동기’
일선 경찰과 전문가들은 부 경장이 실종 신고 접수 후 “연락이 닿았다” “본인이 위치를 밝히기를 꺼려 알려줄 수 없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가족 등에게 한 것을 두고 업무 부담을 피하려 허위 처리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단순 가출이나 자진 귀가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잖아 실종자와 연락한 것처럼 꾸며 사건을 정리한 뒤 별문제가 생기지 않자 같은 방식을 되풀이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부 경장이 장씨 사건과 동일한 사유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신고를 ‘셀프 종결’한 것으로 의심받는 경우를 약 10건으로 추렸고, 이 중 대부분의 신원이 확인됐다.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씨 추정 시신이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발견됐다. 사진은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모습. 뉴스1
그러나 신고를 ‘종결 처리’ 하지 않더라도 업무가 가중되는 것이 아니란 점에서 “동기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종자가 연락이 안 닿는다’고 가족들에게 알리고 기록을 남겨놓아도 부 경장의 업무가 특별히 더 늘어날 건 없다”며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만들어 급히 종결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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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도 없는데, 왜?
부 경장의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의 거짓말과 사건 종결 처리는 한림항에 출동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한림파출소 경찰관들까지 모두 철수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 경장은 같은 날 ‘실종자 프로파일링’(경찰 실종자 관리) 시스템상의 장씨 관련 관리목록 자료까지 삭제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부 경장이 장씨가 숨졌다는 의미인 ‘변사’(사망)를 입력하고 자료를 삭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차준홍 기자
이를 두고 “확인도 없이 ‘사망했다’고 입력하고 자체 처리하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일선서 경감은 “직접 수색하는 것도 아닌 부 경장이 외려 성실하게 일하는 다른 경찰들의 수색을 방해한 셈”이라며 “특히 여성 실종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왜 저렇게 위험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실종을 해제한 건수에 따라 실적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며 “부 경장 행동은 어떤 각도로 보더라도 설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제주경찰청. 한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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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경장 ‘과거 행적’도 의문
장씨의 가족이 서울 노원경찰서에 2차 실종 신고(지난달 19일)를 하고 재수사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달 22일, 부 경장이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내 여자 화장실에 무단 침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부 경장은 성비위 의혹으로 감찰을 받고 지난 11일 직위 해제됐다. 2023년엔 부 경장이 연루된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돼 내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러한 부 경장이 1년 5개월간 실종 사건 298건을 담당했던 점을 두고 “인사 시스템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 경장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지난 24일 ‘체포 적부심’을 신청해 석방되는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실종자와 실제로 연락했다는 주장을 유지하며 허위 종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이날 지휘 책임을 물어 제주서부경찰서장을 포함한 지휘라인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