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ㆍ기관까지 겨냥한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하면서 정부도 대응 방안 검토를 시작했다.
외교부는 25일 “대이란 신규 제재 발표와 관련한 미측 동향을 주시하며, 5개 신규 제재 분야 등 새로운 제재안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부처와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통화에서도 이란 문제가 거론됐다. 루비오는 이란을 포함한 중동 정세와 역내 평화ㆍ안정 회복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설명했고, 조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한 우리 정부의 실질적 기여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이 통화에서 미측이 구체적인 대이란 제재 동참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걸친 이란의 금융 연결망에 대한 맹공을 시작한다”며 “모든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이란을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기존 대이란 2차 제재에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제재 대상 활동을 지원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 등도 제재 대상에 올라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ㆍ홍콩ㆍ중국ㆍ싱가포르ㆍ스위스 등에 걸친 개인ㆍ단체ㆍ선박 60여 곳도 제재 대상이 됐다.
베센트 장관은 중국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산 원유를 돈으로 바꾸는 생태계의 일부라면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해 이란 원유 수출의 90% 이상을 사들였다.
한국은 대이란 직접 교역이 크게 줄었고 이란산 원유 수입도 사실상 중단돼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국내 기업이 중국ㆍ홍콩 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해당 거래가 이란의 제재 회피나 원유 거래, 자금 조달에 활용될 경우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우리와 직ㆍ간접적인 관련성이 크지 않고 주로 중국ㆍ홍콩ㆍ싱가포르ㆍUAE 네트워크를 겨냥한 것”이라면서도 “실제 연관 여부는 관계부처가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제재 대상을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에 어떤 거래가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안내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전날 한ㆍ미 외교장관 통화 결과를 담은 외교부 자료에는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적혔지만 ‘비핵화’라는 표현은 빠졌다. 미 국무부가 낸 두 문장짜리 자료에는 북핵 관련 언급 자체가 없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ㆍ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ㆍ안정과 비핵화 목표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향후 북ㆍ미 협상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