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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도 이적료 양보했다…암투병 약혼녀 위해 고향으로 간 선수

중앙일보

2026.08.25 02:06 2026.08.2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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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로축구 브레멘의 에렌 딩치와 암투병 중인 그의 여자친구 신야. 사진 빌트 캡처

독일프로축구 브레멘의 에렌 딩치와 암투병 중인 그의 여자친구 신야. 사진 빌트 캡처

“가슴을 뭉클하게 적시는 이야기다.” 독일 매체 빌트는 올여름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에 복귀한 에렌 딩치(24)의 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이적 배경엔 축구적 계산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백혈병과 싸우는 연인 신야가 가족 곁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그는 고향팀으로 이적하겠다고 했다. 원소속팀 프라이부르크는 속도와 창의성을 겸비한 윙어 겸 세컨스트라이커를 붙잡지 않고 1년 임대를 해줬다. 이적료는 40만 유로(약 6억 4000만원)로 시세보다 한참 낮은 값이었다.

여자친구를 위해 고향팀 브레멘으로 돌아온 에렌 딩치. 사진 SNS

여자친구를 위해 고향팀 브레멘으로 돌아온 에렌 딩치. 사진 SNS


지난 4월, 딩치는 연인의 백혈병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항암 치료를 받는 그녀를 위해 직접 머리를 밀어주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가족 중 조혈모세포 일치자를 찾지 못하자, 그는 연인과 또 다른 환자들을 위해 독일골수기증센터와 함께 등록 캠페인을 벌였다. 프라이부르크와 하이덴하임 두 구단 팬 수천 명이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여자친구를 위해 직접 머리를 밀어주는 딩치. 사진 SNS

항암치료를 받는 여자친구를 위해 직접 머리를 밀어주는 딩치. 사진 SNS


그는 그라운드에서 버텼다. 지난 4월 25일, 강등권 싸움이 걸린 상트파울리전에서 하이덴하임 소속으로 귀중한 골을 넣은 뒤 눈물을 쏟았다. “이 골이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랑크 슈미트 감독은 “축구선수나 감독이기 이전에, 우리는 그저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 4월 골을 터트린 뒤 여자친구 생각에 눈물을 쏟는 딩치. 사진 딩치 SNS

지난 4월 골을 터트린 뒤 여자친구 생각에 눈물을 쏟는 딩치. 사진 딩치 SNS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커리어를 내려놓은 사례는 딩치가 처음이 아니다. 체사레 프란델리는 2004년 유방암을 앓던 아내 곁을 지키려 AS로마 감독직에 오른 지 두 달 만에 사퇴했다. 프랑스 등지의 병원을 오가며 투병을 함께했고, 2007년 아내를 영원히 떠나보낸 뒤에도 “축구보다 인생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루이스 엔리케는 2019년 골육종을 앓던 아홉 살 막내딸 사나를 간호하려 스페인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았고, 골프의 스튜어트 싱크는 2016년 아내의 유방암 진단 이후 PGA투어를 잠시 접었다가 2020년 세이프웨이 오픈 우승으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 프리먼이 아들 맥시머스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프리먼이 아들 맥시머스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프레디 프리먼은 2024년 아들 맥시머스가 전신 마비 희귀병에 걸리자 팀을 떠났다. 프리먼은 “아이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끔찍한 일을 다시 겪느니, 월드시리즈에서 3억번 연속 삼진 당하는 걸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호전돼 돌아온 그는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MVP에 선정되는 기적을 썼다.

알렉스 피에트란젤로과 딸 이블린. 사진 NHL

알렉스 피에트란젤로과 딸 이블린. 사진 NHL

북미 아이스하키에도 비슷한 겨울이 있었다. 2022년 추수감사절, 베이거스 골든나이츠의 알렉스 피에트란젤로는 네 살배기 딸 이블린이 독감 끝에 뇌염을 앓아 눈도 뜨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곧장 팀에 이 사실을 알리고 경기에 가지 않았다. 피에트란젤로는 “딸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팀에 돌아가지 않겠다. 1년이 걸려도 상관없다. 인생엔 직업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했다. 은퇴까지 고민했다는 그의 딸은 다행히 빠르게 회복했고, 이듬해인 2023년 그는 팀의 첫 스탠리컵 우승을 딸과 함께 안았다. “6개월 전 그 아인 걷지도, 말하지도 못했다. 그 순간 나는 커리어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승 트로피를 든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프란델리는 아내를 끝내 떠나보냈고, 피에트란젤로는 딸을 되찾았다. 결과는 다들 달랐지만, 이들이 경기장을 떠난 이유는 하나였다. 딩치도 지금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 옆에 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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