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당을 지원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을 요청했다. 뉴스1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 이후 석 달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전직 대통령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대구 유가읍 사저를 찾아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초청한 데 따른 것이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오시는 것을 전제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이 집권 여당의 연찬회를 찾은 적은 많지만, 전직 대통령의 참석은 전례 없는 일이다. 원내 관계자는 “당내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수 정당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박 전 대통령이 결속을 다지는 메시지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뿐 아니라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도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TK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께 추석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 ‘만나 뵙고 싶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엔 옛 친윤계와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의원 등 약 15명이 울산의 한 식당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이 어렵지만, 역할을 잘하면 다시 기회가 온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31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예방한다. 정 원내대표는 “실용적 보수의 상징인 이 전 대통령 예방을 통해 당의 미래와 보수의 방향에 대해 듣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재현 국민의힘 성동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나라당 시절이던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박 전 대통령은 차례로 대통령이 되며 보수 진영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며 박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두 사람은 옥고를 치르는 등 큰 시련을 겪었다.
그렇게 현실 정치에서 멀어졌던 두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권 교체 뒤 처음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인 6·3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치의 한복판에 등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충청·영남·강원을, 이 전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를 했다. 그래서 “사실상 두 전직 대통령이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는 당내 평가까지 나왔다.
그런 두 사람이 다시 보폭을 넓히는 걸 두고 경기 지역 의원은 “총선을 1년 7개월 앞둔 ‘평시’에 전직 대통령을 향한 구애가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선 “확실한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된 국민의힘의 상황이 두 사람을 불러냈다”는 관측이다. 영남 지역 의원은 “지도부의 리더십도, 중진들의 중재 역할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의 큰 어른인 두 전직 대통령에게 갈등 봉합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진영의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향수 같은 정서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전직 대통령 접촉을 장동혁 대표가 아닌 정 원내대표나 영남 의원들이 주도하는 걸 두고 “당 주류와 장 대표의 묘한 주도권 다툼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국민의힘은 ‘리더십·정체성·지지기반’ 3중 위기를 겪고 있다”며 “장기간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보수의 상징 자본인 전직 대통령을 재소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