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전쟁 여파로 중동 각국에서 철수시킨 외교관들을 조만간 현지로 복귀시킬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은 이란과 전면전을 재개하기보다 경제적 생명줄을 끊는 고강도 제재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입수한 미 국무부 내부 문건을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중동 주재 외교관 복귀와 대사관 비상조치 축소가 시작된다고 보도했다. 계획을 알고 있는 미 당국자 3명도 해당 문건 내용을 확인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복귀 인력이 가장 먼저 배치될 곳은 레바논 주재 미 대사관이다. 이스라엘·요르단·오만 주재 공관은 모든 외교관이 복귀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레바논은 우선 정원의 85%, 이라크·쿠웨이트·바레인은 75% 수준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UAE·사우디·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오만 걸프 6개국과 레바논에서는 외교관 가족의 입국 제한을 유지한다. 미 국무부는 NYT에 “전 세계 외교 공관의 안보 태세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며 “최근 평가를 토대로 중동 일부 공관의 인력 배치를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 하루 전인 지난 2월 27일 예루살렘 주재 공관의 비필수 인력과 가족에게 출국을 허용했다. 개전 후 이란과 친이란 무장세력이 사우디·이라크·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 외교시설을 공격하자 철수 범위를 중동 전역으로 넓혔다. 현지에 남은 외교관 상당수는 재택근무를 해왔다.
지난 3월 17일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경내에서 폭발이 발생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현지 보안 소식통은 대사관이 로켓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전쟁 중 중동 공관의 비필수 인력과 가족을 철수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계획은 휴전 협상이 교착되고 60일간 휴전 시한마저 지난주 끝난 상황에서 추진된다. 미국이 군사 대신 경제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전 가능성을 낮게 본 판단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4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과 기업까지 제재하는 ‘경제적 추방 작전’을 발표했다. 외교관은 현장으로 복귀시키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은 한층 강화하는 셈이다.
댄 셔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철수 지역으로 외교 인력을 복귀시키는 건 전쟁이 서서히 멈추고 있다고 미 행정부가 판단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군사적 선택지를 완전히 내려놨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로버트 다닌 전 국무부 근동 담당 차관보는 “대사관 직원을 복귀시킨다고 해서 미국의 향후 대이란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미국은 이미 한 번 행동했고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