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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의 록스타’…이번엔 서울이다

중앙일보

2026.08.25 08:01 2026.08.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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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판소리 ‘눈, 눈, 눈’ 초연 공연 모습. 소리꾼 이자람이 고수 이준형과 호흡하며 빈 무대를 가득 채우면 관객들은 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에 다다른다. [사진 LG아트센터]

창작 판소리 ‘눈, 눈, 눈’ 초연 공연 모습. 소리꾼 이자람이 고수 이준형과 호흡하며 빈 무대를 가득 채우면 관객들은 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에 다다른다. [사진 LG아트센터]

“이 넓은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저도 궁금합니다. 제 몸이 해낼 것으로 믿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연 이후 국내는 물론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관객을 사로잡은 소리꾼 이자람(47)의 창작 판소리 ‘눈, 눈, 눈’이 대극장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10월 23~24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한다.

이자람은 25일 LG아트센터 서울 3층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첫 공연 이후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제 몸이 이번에는 이런 커다란 스케치북을 만나게 됐다”며 “관객과 호흡하며 어떤 반응이 튀어나올지, 제가 어떤 농담을 관객에게 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눈, 눈, 눈’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일꾼』을 이자람이 판소리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여러 개의 상점을 거느린 ‘바실리’가 더 큰 이윤을 찾아 한겨울 길을 나섰다가 눈보라 속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았다.

초연과 마찬가지로 부채를 든 소리꾼 이자람과 북을 치는 고수 이준형 단둘이 무대에 오른다. 이자람은 해설자와 주역 바실리 등의 역할은 물론 말과 같은 동물 울음소리, 눈보라 소리 등을 홀로 보여주며 텅 빈 무대를 거대한 설원으로 바꿔놓는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초연 당시 빈 무대의 미학을 유지하면서 조명과 안개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연출을 더욱 큰 스케일로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자람도 대극장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무대 속 관객들이 느끼지 못할 만큼 조그마한 존재가 되길 상상했는데, 초연 당시 극장은 이런 상상에 비해 규모가 조금 작았다”며 “이번 무대는 처음 상상했던 이미지와 더 가까워졌다”라고 설명했다.

‘눈, 눈, 눈’ 관람객으로 가득 찬 프랑스 아비뇽 오페라극장. [사진 완성 플레이그라운드]

‘눈, 눈, 눈’ 관람객으로 가득 찬 프랑스 아비뇽 오페라극장. [사진 완성 플레이그라운드]

지난해 4월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6차례 공연한 ‘눈, 눈, 눈’ 초연은 365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채웠다. 올해는 세계 최대 공연 축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한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된 ‘눈, 눈, 눈’은 지난달 17~22일(현지시간) 객석 700석 규모 아비뇽 오페라극장에서 4회 공연을 했다. 극장은 매회 전석 매진 사례를 이뤘고, 이자람은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페스티벌 특집판 1면을 장식했다. 르몽드는 “이자람의 힘과 섬세함은 단숨에 관객을 사로잡는다”라고 평했다.

이자람은 “아비뇽에서의 반응은 현지 기온만큼 뜨거웠다”라며 “거리마다 카페마다 사람들이 공연에 관해 얘기하는 그곳은 예술가로서 꿈나라 같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한국이 문화적으로 팽창하고 성장했다는 점을 느꼈다”라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현지에서 ‘록스타’라는 평가를 받은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이자람은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공연할 때는 병풍, 돗자리, 쪽머리를 연상시키는 판소리의 기존 이미지를 두고 ‘이건 아니다’라고 관객을 이끌어야 할 때가 있다”라며 “프랑스 관객들은 판소리를 아예 모르니 오히려 편견이 없었다. 판소리꾼에게 ‘록스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1335석 규모의 무대로 옮긴 이번 공연도 1, 2층 객석은 이미 매진됐으며 이날 3층 추가 좌석이 오픈됐다고 LG아트센터 측은 전했다. 이자람은“인류가 해야 할 일들을 잃어가는 시대에 제가 이 작품 속 이야기에 공명했고, 관객들도 응답하면서 상상했던 거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 작품은 서울 공연에 앞서 다음 달 18~19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10월 8~9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오는 12월 4~5일에는 제주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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