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부동산 민심이 악화하자 ‘비거주 1주택자’ 공제를 대폭 축소하려던 걸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불과 20여 일 만이다. 청년층 중심으로 반발이 컸던 일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기존 혜택도 유지하는 방향으로 보완해 수정안에 담는다.
25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번 주 내로 ‘2027년 세제개편안 일부 수정안’을 마련해 다음 주 국무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논란의 핵심인 비거주자 공제액을 다시 12억원으로 원상복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실거주는 14억원을 유지해 차등을 두되,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이지만 여권 분위기나 여론 흐름 등을 고려하면 수정안을 낼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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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돌봄 등 비거주 인정 늘리고 청년 반발 큰 ISA 기존 혜택 유지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을 넘어 정부안을 대폭 수정하는 건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연말정산 파동’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다. 당시 중산층 세 부담 증가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불과 5일 만에 수정안을 발표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개편 정도나 방향에 아쉬움이 있었던 만큼 수정을 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조세저항이 세면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안 발표 당시 예상했던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셀프 손질’ 수순을 밟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다. 이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9억원으로 조정하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늘리는 세제 개편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비공개 회의에서도 1주택자는 거주와 비거주를 구분하지 말자고 강하게 요구했다.
우선 핵심 쟁점인 비거주 1주택자 기본공제 한도는 9억원에서 다시 12억원으로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 내에선 실거주·비거주 구분 없이 14억원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차등 원칙 자체를 훼손하는 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비거주자 공제까지 14억원으로 확대하면 지금보다 세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비거주지만 거주로 인정해 주는 예외 대상은 가능한 한 확대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기존 정부안은 취학, 직장 변경·전근, 질병, 전학,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으로 1년 이상 주거를 이전한 경우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여기에 손주 돌봄, 자녀 교육 등 사유를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세제개편안의 주요 내용이 당정 협의 단계에서 원점 재검토 수준으로 바뀌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강력한 규제에 따른 지지율 하락이 정부뿐 아니라 여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ISA 개편 방안도 수정안에 담길 전망이다. 기존 정부안은 일반 ISA 계약 기간을 최대 5년, 생산적 금융 ISA는 10년으로 제한하고 미사용 납입한도의 이월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장기 투자용 절세 계좌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 커지자 두 상품 모두 납입한도 이월을 허용하고 계약 기간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