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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뉴욕’ 22시간 걸린다…7만명이 기르는 ‘비둘기 메신저’

중앙일보

2026.08.25 13:00 2026.08.2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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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초저속’으로 보내는 앱이 미국 Z세대(1997~2012년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잉 정보가 즉각적으로 오가는 데 따른 디지털 피로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25일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와 외신에 따르면 ‘통신용 비둘기’인 전서구(傳書鳩)를 본딴 앱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과거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비둘기의 다리에 편지를 매달아 정보를 전하던 방식에서 착안했다. 전 세계로 수 초 만에 전송되는 이메일과는 비할 수 없이 느린 속도다.

지난 4월 미국에 출시된 ‘캐리어 피지(Carrier Pidge·전서구)’가 대표적인 앱이다. 이용자는 비둘기가 실제 날아가는 속도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에 보내려면 약 22시간이 걸린다. 그간 이용자는 앱 화면에서 비둘기가 목적지까지 날아가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는 이달 기준 7만 5000명을 넘어섰다. 비둘기 구입(메시지 발송) 비용은 99센트(약 1400원)인데, 0.2% 확률로 길을 잃거나 죽을 수 있다. 개발자인 노아 이아로비노(29)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가끔 비둘기가 죽거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확률이 있다”며 “이런 점이 우리 앱의 차별점이자 재미”라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출시 된 ‘루스트(Roost·둥지)’는 비둘기뿐만 아니라 달팽이·펭귄 등 1000여 종의 동물을 선택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메시지 전송 속도는 선택한 동물에 맞춰 조정된다. 예컨대 달팽이는 시속 1마일(약 1.6㎞)의 속도로 기어가고, 올빼미류는 시속 20마일(약 32㎞)로 날아간다.



화면 속 비둘기, 길 잃거나 사고 날 수도…올빼미·달팽이 선택도 가능

지난 4월 출시된 이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65만 건을 돌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느리고, 위험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리비아 맥도널드(27)는 NYT와 인터뷰에서 “남자 친구와 가까이 살기 때문에 메시지가 몇 분 만에 도착하지만, 비둘기가 사라질 가능성이 흥미를 더한다”고 말했다.

이는 즉각적인 소통과 디지털 과몰입이 촉발한 변화로 풀이된다.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전서구 앱은 사람들이 끊임없는 관심을 요하는 앱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불편함을 더하는 기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시기에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로건 멘델슨(31) 루스트 개발자는 NYT에 “스마트폰의 즉각성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슬로우 테크(slow-tech)’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디지털 활동에 피로를 느낀 Z세대의 디톡스(detox·해독) 욕구는 휴대전화 선택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CBS는 “일부 Z세대가 SNS 사용을 줄이고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덤폰(Dumb phone)을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문자·전화 같은 기본 기능만 탑재된 이른바 ‘바보폰’을 뜻한다. 미국에선 지도·음악 등 특정 기능만 더한 덤폰을 판매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는 “(전서구 앱과 덤폰) 두 사례 모두 빠른 기술 발전, 즉각적인 소통이 강조되는 현 사회에서 ‘느림’과 ‘지연’을 도입함으로써 재미와 선택권을 느끼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서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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