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왕족에 대한 험담을 처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왕실의 부부 싸움조차 시청률로 환산되고 있다. 똑같이 왕실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영국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왕실에 대한 온라인 비방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자는 움직임이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이 지난 7월 ‘왕족보호프로젝트팀’을 만들고 왕실은 물론 향후 왕실 인사로 입양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허위 정보와 중상·비방으로부터 보호하는 법률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
모임 대표인 아오야마 시게하루(青山繁晴) 중의원 의원은 “비방의 조짐이 이미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며 “입법 조치가 필요한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 일왕 후계자 히사히토 친왕. 로이터=연합뉴스
배경에는 지난달 통과된 ‘황실전범’ 개정이 있다. 개정안은 1947년 일본 왕실에서 이탈한 11개 옛 궁가의 남계 남성을 양자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양자가 된 남성 본인은 아니지만, 이후 그에게서 태어난 남계 남자 자손은 왕위 계승 자격을 갖게 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SNS)에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험담이나 공격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왕실 편입 자체를 꺼릴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현행 일본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왕이나 왕족이 국민을 직접 고소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있어, 명예훼손·모욕죄를 비친고죄로 바꾸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선 ‘불경죄’가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태평양전쟁 이전 일본 형법에는 일본 왕실에 대한 ‘불경한 행위’를 처벌하는 불경죄가 있었다. 하지만, 패전 이후 적용 범위가 모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1947년 폐지됐다.
아오야마 의원은 마이니치에 “불경죄를 부활시키자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소노다 히사시(園田寿) 고난대 명예교수는 “불경죄의 부활,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일본에선 왕실을 공개적으로 다루는데 매우 민감하다. 차기 일왕을 이어받을 것이 유력한 히사히토 친왕의 경우 쓰쿠바대에 재학중인데, 사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되는 것이 없다.
영국 왕실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더 크라운'의 포스터.
이는 왕실의 내밀한 사생활이 드라마의 인기 소재인 영국과는 180도 다르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은 찰스 3세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결혼 파탄과 다이애나의 죽음은 물론,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의 연애까지 거침없이 다뤘다.
최근 영국 왕실의 최대 관심사는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영국 리턴’이다. 타블로이드 신문 등에서 가십거리로 다뤄지고 있다.
2020년 왕실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해리 부부가 두 자녀와 함께 영국에서 상당 기간 생활할 계획이 알려지자 찰스 3세 국왕과 화해했는지, 형 윌리엄 왕세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윌리엄의 부인 케이트 왕세자비와 메건의 관계는 어떤지, 경호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까지 모두 기사가 되고 있다.
해리 왕자와 영국 왕실의 갈등을 대서 특필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 더 선 홈페이지 캡쳐
특히 윌리엄과 해리 형제의 불화는 영국 언론의 단골 소재다.
해리는 2023년 회고록 『스페어』에서 윌리엄과 말다툼 끝에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폭로했다. 또, 2021년 메건과 함께 출연한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에서는 왕실 내부의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론의 비판도 거침없다. 영국 언론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선 응답자의 68%가 해리 부부의 경호비를 본인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고브의 지난달 조사에서도 해리에 대한 부정 평가는 58%, 메건은 65%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