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식업이 ‘많이 파는 장사’에서 ‘효율적으로 만드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식당 수와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식자재의 표준화, 공급망 효율화, 조리 자동화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이 식당 주방에서 직접 하던 일의 일부가 식자재 공장과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 외식·식자재 전문 조사기관 NCBD(餐宝典)와 상하이국제하이엔드식자재전(Expo Finefood)이 공동 발간한 『2026 중국 외식 식자재 발전 백서』(이하 백서)에서 확인된다. 중앙일보 차이나랩이 정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외식업 매출은 2023년 처음 950조 원(5조 위안)을 넘어선 뒤 2025년 한화 1000조를 달성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율은 3.2%에 그쳐 외식업이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단계에서는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반면 외식업의 후방산업인 식자재 시장은 2025년 약 425조원(2조4500억 위안) 규모까지 커졌다. 전체 시장에서 고급 식자재가 15%, 대중 식자재가 85%를 차지한다. 전통적인 도매·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전문 가공기업, 대형 프랜차이즈의 자체 공급망, 종합 식자재 플랫폼, 전자상거래 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5~2025년 중국 외식업 매출 추이(억 위안). 차이나랩
흥미로운 것은 외식업 전체의 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산업 내부의 구조 변화는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식업 체인화율은 2019년 13%에서 2025년 약 25%까지 높아졌다. 2025년 12월 기준 1만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가 9개, 10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브랜드가 40개에 육박했다.
외식 브랜드의 매장이 수천 개로 늘어나면 새로운 숙제가 나타난다. 어느 매장에서 누가 조리하더라도 비슷한 맛과 품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외식업체의 경쟁력은 주방장의 개인적인 솜씨에서 식자재와 조리 과정의 표준화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중국 외식업의 변화는 이 지점에서 식자재 산업과 만난다.
2025년 중국 주요 외식 업종별 시장 규모(억 위안). 차이나랩
주방장의 손맛을 식자재에 담는다
외식업체들이 공급망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커질수록 매장마다 다른 맛과 품질을 내는 것이 오히려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백서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66%가 향후 1년간 ‘브랜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식자재도 단순히 음식의 원료가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 품질·안전 기준을 높이고 특정 외식 브랜드에 맞춘 맞춤형·전용 식자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조미료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대표적이다. 중국 외식업에서 복합 조미료의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주방장이 매장에서 여러 양념을 직접 배합하는 대신 일정한 비율로 미리 제조된 소스를 공급 받으면 매장마다 맛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
백서는 이를 외식업의 ‘탈주방장화’로 설명한다. 손질 채소와밑간육, 반제품 등 사전에 조리된 식자재의 활용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식당 직원이 재료를 씻고 자르고 양념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이 과정을 전문 식자재 기업이 맡는 방식이다. 이는 외식업의 생산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식당은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최종 단계가 되고, 그 이전의 손질·가공·양념·포장은 공급망에서 처리한다. 외식업의 일부가 제조업의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2019~2025년 중국 외식업 체인화율. 차이나랩
인건비 상승도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2025년 9월부터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외식업체의 사회보험 의무가입이 확대되면서 외식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메뉴 구조 개편과 공급망 효율화 압력이 높아졌다. 사람의 노동을 줄이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면 자동화가 뒤따른다.
조리로봇이 들어온 주방…위즈차이는 10년 새 13배
중국 조리 로봇 시장은 2025년 7296억 원(38억4000만 위안)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단체급식과 패스트푸드, 후난요리 등 대량 조리가 필요한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백서는 2030년 조리 로봇 침투율을 단체급식 50~55%, 패스트푸드 45~50%로 전망했다. 후난요리와 쓰촨요리 역시 35~45%의 높은 침투율이 예상된다.
2015~2025년 중국 반조리 식품 시장 규모(위즈차이= 반조리 식품 또는 사전 조리 식품). 차이나랩
조리 로봇의 확산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라지는 주방’이 아니다. 반복적이고 표준화하기 쉬운 조리 과정을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위즈차이(预制菜, 사전 조리 식품 또는 반조리 식품)의 성장도 같은 흐름에 있다.
2025년 중국 위즈차이 시장 규모는 148조 원(8520억1000만 위안)으로 전년보다 21.4% 증가했다. 10년 만에 13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광둥성이 4년 연속 산업 성숙도 1위를 차지했고 산둥·푸젠·장쑤·허난이 뒤를 잇고 있다. 2026년 2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식품안전 국가표준: 반조리 식품’ 의견수렴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산업의 국가 표준화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15~2025년 중국 반조리 식품 시장 규모 및 증가율. 차이나랩
중국의 위즈차이를 둘러싼 논쟁은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하지만 외식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반 조리 식품은 대형 외식 브랜드가 여러 지역에서 동일한 메뉴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공급망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 외식업의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어디에서 누가 음식을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동일한 품질을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2조4500억 위안 시장…한국 기업에는 기회일까?
중국 외식업은 여전히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인이 무엇을 먹는가’만 봐서는 시장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무엇을 먹는지와 함께 누가 그 음식을 만들고, 어떤 식자재가 어디에서 가공돼 어떤 경로로 식당에 들어가는지를 봐야 한다. 중국 외식업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체인화, 표준화, 공급망 디지털화, 조리 자동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백서는 이를 중국 외식 식자재 산업이 ‘거친 성장’에서 벗어나 품질화·정밀화·디지털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2025년 중국 외식 식자재 카테고리별 비중. 차이나랩
중국 외식업의 다음 경쟁은 식당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주방 밖에서 식자재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가 식당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중국 외식업의 다음 전쟁은 메뉴판보다 식자재 공급망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자료 출처: NCBD(餐宝典)·상하이국제하이엔드식자재전(Expo Finefood) 공동 발간『2026 中国餐饮食材发展白皮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