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CIA 국장은 왜 몰래 모스크바로 갔나…비행기 궤적에 들통난 ‘4시간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6.08.25 19:24 2026.08.25 19: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장이 5년 만에 비밀리에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문제로 미·러 간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이뤄진 전격 방러여서 방문 배경과 의제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의 미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 국방·혁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도착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의 미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 국방·혁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도착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CBS뉴스는 2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CIA 수장이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2021년 11월 윌리엄 번스 당시 국장 이후 처음이다. 번스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러시아는 약 석 달 뒤 전면 침공에 나섰다.

항공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포착된 25일(현지시간)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C-17A의 이동 경로. 사진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항공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포착된 25일(현지시간)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C-17A의 이동 경로. 사진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랫클리프의 비밀 방문을 처음 드러낸 것은 항공기 궤적이었다. 항공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미 공군 C-17A 글로브마스터Ⅲ 수송기는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출발해 라트비아 리가를 거쳐 25일 오전 모스크바 브누코보공항에 착륙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위치를 확인한 영상에는 모스크바 중심가를 달리는 미 외교번호판 차량 행렬도 포착됐다. 이후 CBS가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랫클리프의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랫클리프의 실제 모스크바 체류 시간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플라이트레이더24 기록을 토대로 하면 C-17A가 착륙한 뒤 약 8시간30분 만에 모스크바를 떠났다고 한다. 이탈리아 일간 일 포글리오 등 일부 매체에선 약 4시간 머물렀다고 전했다.

CIA와 미 국방부·공군, 백악관은 이날 보도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WP에 랫클리프의 방문 목적을 “정보기관 간 접촉”이라고만 밝혔다.

항공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포착된 25일(현지시간)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C-17A의 이동 시간과 장소. 사진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항공추적업체 플라이트레이더24에 포착된 25일(현지시간)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C-17A의 이동 시간과 장소. 사진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5년 만에 다시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찾은 것이지만, 정작 그가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CIA 국장은 무언가를 요구할 일이 아니면 모스크바에 가지 않는다(글렌 하워드 미 사라토가재단 이사장)”는 말이 나오는 만큼, 이번 방문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대러 강경파로 꼽히는 랫클리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1기 때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냈고, 2기 출범과 함께 CIA 국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정보 공유를 중단했을 당시에도 CIA의 일부 정보 지원을 유지하는 방안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서몬트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를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서몬트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를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의제는 우크라이나전쟁이다. 미국이 중재한 종전 협상이 영토 문제 등을 놓고 사실상 교착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작전 등 도발을 승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CBS가 전했다.

미국은 랫클리프의 방문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주요 도시를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25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고위급 대표단의 방러 사실을 사전에 알렸고, 우크라이나가 24~26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격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처음에는 대표단에 랫클리프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한 쇼핑센터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한 쇼핑센터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대(對)이란 지원도 유력한 의제로 꼽힌다. 그간 러시아는 이란에 미군 함정·항공기 등 중동 내 미군 자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표적정보를 제공해왔다고 WP가 전했다. 위성사진과 드론 운용 훈련·작전 지원, 정보 공유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랫클리프 임무의 핵심일 수 있다(하워드)”는 가능성이 나온 이유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CIA 등 미 정보기관이 입은 피해가 막대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NBC뉴스는 사안을 아는 4명을 인용해 중동의 미 정보기관 시설과 감시장비가 “전례 없는 피해”를 입었으며 복구 비용이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 의회도 피해 시설 복구를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지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