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피부 미백이나 제모 시술 등을 이유로 여러 병원을 돌며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반복 투약하는 ‘의료 쇼핑’을 반복했다. 그가 프로포폴을 처방받기 위해 찾은 병원은 13곳에 달했고, 한 해 동안 총 54차례 투약했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사례 점검 결과 A씨를 포함한 투약자 13명과 의료기관 13곳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특별감시단은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 기준을 초과해 지난해 한 명에게 13회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의료기관 23곳, 해당 투약자 26명을 지자체와 함께 실시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간단한 시술·진단을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경우 월 1회를 초과하면 오남용 방지 기준을 벗어난 것으로 본다. 점검 대상 가운데 투약자는 절반인 50%, 의료기관은 약 57%가 수사 의뢰 대상이 된 셈이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와 약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의료상 필요성 등을 깊이 있게 검토했다”며 “위원 다수가 오남용이라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 엄격하게 수사 의뢰 여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의뢰된 투약자 13명은 지난해 평균 의료기관 6곳을 방문해 평균 29차례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31~55차례 투약받은 사람도 4명에 달했다.
이들이 방문한 의료기관은 피부과·성형외과를 포함한 곳이 9곳으로 가장 많았다. 투약 사유는 미백·필러·제모 등 피부 시술이나 지방흡입 등 성형수술이 대부분이었다. 의료 기관의 과다 처방 사례도 확인됐다. 한 의료기관은 피부 미백 시술을 명목으로 환자 한 명에게 프로포폴을 36차례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의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화면. 사진 식약처
이와 별도로 식약처는 마약류 투약내역 보고 등 취급 규정을 위반한 의료기관 14곳에 대해 지자체에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주요 위반 사항은 ▶취급변경 미보고·지연보고 ▶진료기록부 기재 부적정 ▶재고량 불일치 등이었다.
식약처는 프로포폴을 과다 처방받는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 오는 27일부터 ‘프로포폴 투약 내역 확인제도’를 시행한다.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환자의 투약 내역을 의사에게 직접 제공해 과다·중복 처방을 차단할 방침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마약류 투약내역 빅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투약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