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자신을 폭행한 남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한인 여성〈본지 2024년 12월 4일자 A-4면〉의 재판이 사건 발생 약 2년 만에 시작됐다.
피고인 측은 수년간 이어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벌인 정당방위였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선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주 피어스카운티 상급법원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신영미(54)씨의 2급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씨는 지난 2024년 11월 타코마 인근 자택에서 남편 제이 최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사건 당시 최씨가 911에 직접 전화해 아내에게 폭행당하고 있다고 신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씨가 부엌칼로 자신의 등을 찔렀다고 말했다”며 “신씨는 사건 발생 후 약 한 시간 동안 911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범행에 사용된 칼을 세척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씨 측 변호인은 최씨가 결혼생활 내내 상습적인 음주 폭행과 성폭행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일삼았다고 맞섰다. 사건 당일 역시 신씨가 남편의 음주운전을 막으려고 차 열쇠를 빼앗자, 최씨가 신씨의 얼굴을 가격하고 머리채를 잡아끌며 생명을 위협했고, 신씨는 이에 맞서 위기를 벗어나고자 흉기를 휘둘렀다는 설명이다. 당시 남편 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만취 상태인 0.15%를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지역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신씨를 “정당방위 과정에서 수감된 피해자”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구명 활동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검찰의 기소 취하를 요구하는 한편, 신씨의 법정 변호 비용으로 2만7939달러를 모금했다.
한편 이날 재판 과정에서는 경찰의 부실 수사 정황도 드러났다. 신씨가 체포 당시부터 조사 과정 전반에 걸쳐 최소 다섯 차례나 변호인 조력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경찰 조사 당시 신씨의 진술 내용 전부를 이날 주요 증거에서 제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