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의고사 문항 거래 혐의를 받는 강사 현우진이 지난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현직 교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문항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타강사’ 현우진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26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씨에게 돈을 받고 문항을 제공한 현직 교사 2명과 교재개발업체 관계자 A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현씨와 현직 교사 2명, A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현씨와 현직 교사가 주고받은 문항 거래 대금이 청탁금지법상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와 현직 교사들이 주고받은 금품은 사적 거래에 해당해 청탁금지법에서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한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금품을 건넨 사람도 처벌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3호는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을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에서 제외한다.
현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현직 교사와 주고받은 금품이 청탁금지법상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현직 교사들이 겸직 허용을 받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 3호 적용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공무원 겸직 금지를 이유로 적용을 배제하면 입법자 의사에 반해 형사처벌 범위가 확대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무죄의 근거로 문항 거래 대금이 이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현씨가 수능 관련 문항에 지급한 금액보다 일반 교재용 문항에 지급한 금액이 오히려 더 높거나 비슷하기 때문에 정당한 대가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공직자가 제공한 반대급부에 상응하는 대가가 제공됐다면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 이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씨는 교재개발업체 A씨와 공모해 수능 관련 문항을 받는 대가로 현직 교사 2명에게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총 3억46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현씨는 또 다른 교사의 배우자 명의 계좌로 7500만원을 송금한 혐의도 있다. 현씨는 이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