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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제재에도 비판 못하는 다카이치…“‘트럼프 마이웨이’에 당한 한·일 협력해야”

중앙일보

2026.08.25 23:29 2026.08.2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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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세라는 비판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사진 일본 내각홍보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사진 일본 내각홍보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난 25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8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가자전쟁 범죄를 수사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일본인 아카네 도모코(赤根智子) ICC 소장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일본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는 데 대해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이 나오자 총리가 직접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마이웨이’에 속수무책

일본 정부는 그간 아카네 소장에 대한 제재 발표 이후에도 동맹국인 미국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 19일 외무성 대변인 수준으로 입장을 표명한 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아쉽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관계국들과 의사소통을 지속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짧게 답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쓰는 “유감”이란 표현을 피한 것이다. 유엔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ICC가 위치한 네덜란드가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에 대해 여권 일부 의원들과 야당은 지난 24일 “일본의 반응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참 미약하다”고 비판하며 미국에 항의하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할 것을 촉구했다.

아카네 소장도 지난 25일 JNN과의 인터뷰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미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히면서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 아니면 ICC를 지지해 나갈 것인지 주변국들도 일본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 AFP=연합뉴스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 AFP=연합뉴스


그러자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그간) 미국 측에 아카네 소장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다양한 차원에서 계속해서 요청했다”면서 “이번 조치는 일본의 입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이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입장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제재 철회를 요구하느냐”는 물음엔 “아카네 소장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해 외교적 교섭 내용은 밝히지 않겠지만, 계속해서 확실하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가 아카네 소장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통보 받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 큰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면 외무성 고위관료들을 미리 총리 관저에 불러 대책을 검토하는데, 제재 발표 전 다카이치 총리가 외무성 북미국장과 만난 것은 6월 12일이 마지막이었다.



취임 후 트럼프와 통화는 4회뿐

일각에선 이러한 ‘참사’를 초래한 원인으로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구축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지난해 10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는 고작 4회에 불과해, 5월 15일을 마지막으로 3개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일본 지바현의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일본 지바현의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후계자라고 자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 회담을 가졌다.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트럼프와는 길면 1시간 반 동안 통화했다. 본론은 전반 15분 만에 끝나고, 나머지 70~80%는 골프나 다른 나라 정상 비판 등이었다”면서 “제 생각을 트럼프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트럼프도 많은 문제에 대해 속내를 말해줬다”고 회고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이러한 외교를 펼친 것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나, 그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전 외상이 미국 국무장관과 자주 회담을 가졌던 것을 본보기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다카이치 총리 측근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더 자주 전화통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형’이 아닌 ‘자료 읽기형’인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결과라는 얘기다.



한국과 닮은 ‘동맹의 굴욕’..“이럴 때 양국 협력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친교 일정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선물한 안경을 쓰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통령의 안경을 쓴 다카이치 총리.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경북 안동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친교 일정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선물한 안경을 쓰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통령의 안경을 쓴 다카이치 총리. 연합뉴스

이러한 트럼프의 ‘마이웨이’ 행보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은 같은 동맹국인 한국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일 구애하는 한편, 사전 통보 없이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며 이란 비핵화 동참 요청에 한국이 거절했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외교가에선 지금 한·일 양국이 연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났고, 이제 양국 모두 2028년까지 대형 선거가 없는 골든타임”이라면서 “지금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전 총리 시절 이후로 양국 관계가 가장 좋다.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누키 도모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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