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현대차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의 ‘본업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중국산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공세로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중동 전쟁과 관세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기 때문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동력전달) 선택지를 제공하며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며 “현대차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기술 기업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현대차는 글로벌 차량 판매대수를 2030년 555만 대까지 34% 늘리고(지난해 413만대), 6%대인 영업이익률(지난해 6.2%)도 9%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현재 약 500만 대 수준인 글로벌 생산 능력을 2030년까지 127만 대 더 늘리고, 부분·완전변경 모델을 포함해 100여종의 신차도 출시한다. 시장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본업인 완성차 사업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중심차(SDV)와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로드맵도 내놨다. 엔비디아와 개발 중인 자율주행 ‘레벨2+’(운전자 감독 하에서 부분 자율주행) 수준의 ‘아트리아 AI’를 2029년 SDV 양산모델에 적용해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한다. 같은 해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연간 700만대 판매되는 현대차그룹 양산차에서 수집·축적한 자율주행 기술을 처리할 계획이다.
박민우 현대차 AVP(첨단차플랫폼)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는 “올해부터 양산차량과 실제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AI 모델 개선과 서비스 고도화로 연결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며 “향후 레벨4(운전자 없이 특정 구간 운행 가능)까지 자율주행 전 라인업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를 9%이상으로 올려잡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월드컵 경기에 등장한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다만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관련해 진전된 사업 계획이나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정관상 사업목적에 로보틱스 사업을 추가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별도의 회사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자동차 제조만으로는 높은 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무뇨스 CEO는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요 투자자로서, 로보틱스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원하는 것”이라며 “설비부터 제조 등을 지원하지만 지금으로는 별도의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이승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별도의 회사로 아틀라스가 2030년 중장기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김흥수 글로벌전략본부(GSO) 본부장은 “IPO는 결정된 바 없고 내부적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발전을 위해 어떤 선택이 좋을지 여러가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최근 ‘아반떼’ 등 신차 가격 상승 논란과 관련해 무뇨스 CEO는 “가격은 시장과 경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향후 시장 상황을 보고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우 본부장은 자율주행 경쟁력과 관련해 “과거 FSD(테슬라의 ‘풀 셀프 드라이빙’) 비교점수가 언론에 공개됐는데, 현재 나타나는 현상이나 특정 시점의 성능만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가 들어왔을 때 이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시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장기 전략에도 주가는 3% 넘게 하락
현대차가 중장기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투자자들의 실망을 반영했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40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3% 넘게 하락했다. 지난 6월 1일 75만원(종가기준)에 비해 약 45.6% 떨어진 상황이다. 휴머노이드 기대감이 약해지고, 이날 내놓은 주가 부양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이날 주주환원 정책으로 총주주환원율 35% 이상과 주당 최소배당금 1만원 등을 제시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차의 가장 유망한 성장 분야가 휴머노이드와 로보틱스인데, 구체적인 비전과 넥스트 스텝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건 아쉽다”며 “하지만 큰 추세에서의 휴머노이드 산업 기반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중국 업체 등에 비해 뒤처져 있는 만큼 엔비디아 등 외부 기술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더 확대해 기술 격차를 좁히고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