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대리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이유림·노채은 변호사가 신간 『피해자 감별사회』를 출간했다.
이 책은 범죄 사실 자체와 별개로, 피해자가 사건 이후 보인 행동이 피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다룬다.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무서웠다면 왜 다시 연락했나요?”와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두 저자는 실제 피해자 대리 과정에서 경험한 사례와 판례를 토대로 수사와 재판, 사회 전반에서 이른바 ‘피해자다움’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신고 시점이 늦거나 사건 이후 가해자와 연락했다는 사실, 시간이 흐르면서 진술 일부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 전체를 의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저자들은 범죄 피해 이후의 반응은 사건의 유형이나 피해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특정한 행동 양식을 피해 여부를 가르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실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과 사회가 상정한 ‘이상적인 피해자’의 모습에 실제 피해자를 끼워 맞추는 판단은 구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책의 논의는 성범죄에 한정되지 않고 사기 피해자에게 제기되는 “왜 그런 말을 믿었느냐” “왜 미리 확인하지 않았느냐”와 같은 질문도 함께 다룬다.
범죄의 형태는 다르지만 사건 이후 피해자의 선택과 행동을 되짚는 과정에서 책임의 일부가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공동저자인 이유림·노채은 변호사는 법률사무소 로앤이(ROH&LEE)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유림 변호사는 성폭력·스토킹·디지털성범죄 등 성범죄 피해자 대리를, 노채은 변호사는 사기·투자사기 등 재산범죄 피해자 대리를 주로 맡아왔다.
법률사무소 로앤이는 특정 범죄 유형에 한정하지 않고 성범죄부터 재산범죄까지 다양한 사건의 피해자 대리를 수행하고 있다. 각기 다른 범죄 피해를 피해자 관점에서 다루는 법률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이유림 변호사는 엄벌탄원서 작성을 지원하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진심의 무게’를 개발했으며, ‘바이브코딩 바이블’을 출간하는 등 법률과 기술을 접목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 감별사회’는 피해자를 무조건 신뢰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피해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일정한 반응과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우리는 피해 사실을 판단하고 있는가, 피해자를 심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한다. 『피해자 감별사회』는 박영사에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