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부담스럽다고 성장주까지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AI주와는 따로 움직이면서도 앞으로 이익은 빠르게 늘어날 기업 16곳을 골랐습니다. 헬스케어부터 금융·소비재·사모자산운용·리츠까지 업종도 제각각입니다.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엔비디아가 오르지 않아도 자기 힘으로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것.
요즘 성장주 투자자의 고민은 비슷합니다. AI를 계속 들고 가자니 쏠림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금융·에너지 같은 전통 가치주로 옮기자니 기회를 놓치는 느낌입니다. 아직 AI 산업에 더 큰 잠재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BofA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미국 주식·퀀트 전략 총괄은 지난 21일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이런 분위기를 ‘AI 피로감(AI fatigu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성장주 투자자들이 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높은 이익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을 찾고 있다는 겁니다.
자료: BoFA
그래서 BofA가 추린 종목이 16곳입니다. BofA가 매수 의견을 가진 종목 가운데 향후 5년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S&P500 상위 20%에 들면서, 주요 AI주와 주가 움직임의 상관관계가 낮은 기업을 골랐습니다.
실적이 망가졌다가 돌아오는 기업
BofA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미국 건강보험사 센틴(CNC)과 글로벌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EL)입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망가졌던 수익성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센틴은 의료비 증가로 보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지만 보험료 재조정과 비용통제로 손해율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가입자 수 증가보다 가입자 한 명당 남기는 이익을 다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에스티로더도 비슷합니다. 중국 소비 부진과 면세점 사업 약화, 높은 비용 때문에 실적이 크게 흔들렸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고급 향수 사업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도 줄이고 있습니다.
미국 지역은행 시티즌스파이낸셜(CFG)과 글로벌 대형은행 씨티그룹(C)도 이 범주에 일부 걸쳐 있습니다. 은행업 자체가 갑자기 고성장 산업으로 변한 것은 아닙니다. 비용을 줄이고 대출과 자본시장 사업이 회복되면서 낮아졌던 수익성이 올라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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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늘수록 더 강해지는 금융 플랫폼
두 번째 그룹은 핀테크 회사 블록(XYZ), 개인투자 플랫폼 로빈후드(HOOD),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입니다. 셋 다 금융회사지만 전통 은행과 성장 방식이 다릅니다.
블록의 핵심은 캐시앱(Cash App)입니다. 처음에는 개인 간 송금 서비스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대출, 저축, 투자 등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습니다. 고객이 앱 안에서 사용하는 금융서비스가 많아질수록 한 명에게서 벌어들이는 돈도 커집니다.
로빈후드는 거래 플랫폼에서 금융 슈퍼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주식과 옵션뿐 아니라 가상자산, 예측시장, 신용카드 등으로 상품을 늘리고 있습니다. 시장이 활발할수록 거래수입이 늘고, 상품이 많아질수록 고객을 붙잡아둘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는 기관과 개인을 상대로 주식·옵션·선물 등을 중개하는 온라인 증권사입니다. 고객 계좌가 늘고 거래량과 고객자산이 커질수록 수수료와 이자수익이 함께 증가합니다.
BofA가 이 세 회사를 보는 이유는 경기 자체보다 플랫폼 규모가 커질수록 이익이 따라 커지는 구조에 있습니다. 은행이 돈을 더 많이 빌려줘야 성장한다면, 이 회사들은 고객이 더 많이 들어오고 더 많은 금융서비스를 사용할수록 성장합니다.
비만·당뇨·고령화
세 번째는 헬스케어입니다. 비만치료제 강자 일라이릴리(LLY), 인슐린 펌프 업체 인슐렛(PODD), 연속혈당측정기 업체 덱스컴(DXCM), 대형 제약사 애브비(ABBV), 미국 메디케어 보험사 휴매나(HUM), 바이오의약품 회사 리제네론(REGN)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 그룹은 BofA 리스트에서 가장 명확한 구조적 성장주입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가 성장동력입니다. 환자 수가 늘고 시장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판매량 자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슐렛과 덱스컴은 같은 당뇨 시장에서도 다른 부분을 공략합니다. 인슐렛은 인슐린 펌프를, 덱스컴은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만듭니다. 당뇨 환자가 늘고 치료가 더 정교해질수록 관리기기 사용도 증가합니다.
애브비는 기존 블록버스터 휴미라의 특허만료를 스카이리지와 린버크 같은 신약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핵심은 낡은 약에서 새 약으로 매출 중심축을 옮기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제네론 역시 안과·면역질환 치료제와 신약 파이프라인이 성장의 기반입니다.
휴매나는 신약회사가 아니라 미국 고령층 대상 메디케어 사업에 강점을 가진 건강보험사입니다. 고령 인구가 늘수록 장기적으로 가입자 기반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남의 돈이 몰릴수록 커지는 회사
네 번째는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 KKR(KKR)과 사모대출 강자 아레스매니지먼트(ARES)입니다. 사모대출과 사모주식,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대체자산운용사입니다.
성장 방식은 간단합니다. 연기금, 보험사, 국부펀드 같은 기관투자가가 더 많은 돈을 맡기면 운용자산이 늘어납니다. 운용자산이 늘어나면 수수료도 커집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들이 은행 대신 사모대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대형 인프라 투자와 기업 인수도 사모자본을 필요로 합니다.
KKR과 아레스가 돈을 버는 핵심은 특정 산업 하나가 잘되는 게 아닙니다. 사모시장으로 이동하는 자금의 규모 자체가 커지는 것입니다.
AI가 잘돼도 돈을 벌 수 있고, 에너지·인프라·기업대출 시장이 커져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성장의 원천이 특정 기술 사이클 하나에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고령화가 만드는 부동산 성장주
마지막은 노인주거시설 중심 헬스케어 리츠 웰타워(WELL)입니다.
리츠(REIT·부동산투자신탁)가 성장주 리스트에 들어간다는 게 얼핏 이상해 보입니다. 하지만 웰타워가 보유한 자산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핵심은 노인주거시설과 헬스케어 부동산입니다.
미국은 고령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노인주거시설 수요가 커지는데 공급은 제한적입니다. 입주율이 올라가면 임대료와 시설 수익성이 함께 개선될 수 있습니다. 즉, 웰타워의 성장동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시설 수요 증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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