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에 이어 제주 부모 경장의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실종 사건 대응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성인 실종 사건 처리의 경우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고 전담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대응이 미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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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팀 인원 5년 새 8.1% 감소…현장 목소리는
26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알림마당에 게시된 실종아동 찾기 게시물. 뉴스1.
실종팀 근무 경험이 있는 A 경감은 26일 중앙일보에 “성인 실종 때 신속한 수색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약을 완화하거나, 현장 인력을 보강하거나 둘 중 하나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 실종은 경찰청 예규에 따라 실종자가 아닌 ‘가출자’로 분류된다. 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서 등 없이는 카드 사용 내역 확인,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A 경감은 “영장을 신청해도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발부되는 만큼, 현장에선 결국 인력을 최대한 투입해 수색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부족한 현실”이라며 “실종사건 전담팀이 없는 경찰서는 형사·여성청소년수사과 등이 다른 사건과 함께 맡으니 실종 사건이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권한·인력 모두 부족한데 사고가 나면 책임은 커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인력 부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의 실종팀 인원은 2021년 12월 848명에서 올해 3월 779명으로 8.1% 줄었다.
실종전담팀 자체가 없는 곳도 상당수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261곳의 경찰서 중 실종사건 전담 수사팀이 없는 곳은 114곳(43.7%)에 달한다. 강원경찰청 산하 17개 경찰서 중엔 춘천·원주·강릉경찰서 3곳을 제외하고 14곳에 실종 전담팀이 없다. 경기남부경찰청 산하 중엔 양평경찰서 등에 실종 전담팀이 없다. 대부분 관할 인구 25만명 미만의 2·3급지인데 이 경우 실종 지역은 오히려 넓어 수색이 어려울 수 있는 곳이다.
반면 실종 사건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실종 신고는 장애인·아동·일반성인 등을 포함해 총 12만5383건이었다. 2021년(10만7381건) 대비 약 1만8000건(16.8%) 늘었다. 실종 성인의 조속한 발견이 필요한 경우 위치추적, 영장 없는 CCTV 확보 등을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 법안은 2015년 이후 10여 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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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과장 신고 줄이고 근무 문화도 다잡아야”
경찰은 부 경장 사례처럼 실종 사건을 ‘셀프 종결’ 할 수 있는 구조도 바꾸기로 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B형사과장은 “부 경장 사례처럼 사건을 셀프 종결한 후 ‘선조치 후보고’ 하는 식의 일처리가 가능한 건 실종사건이 유일하다”며 “이해 가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담당자가 실종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승인하는 ‘이중 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근무 문화를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를 비롯해 여러 지역 근무 경험이 있는 C경찰은 “육지와 비교해 여성청소년·교통 사건 등 신고가 들어왔을 때 출동하는 빈도가 적다는 게 체감될 정도”라며 “지구대·파출소로 내려오는 사건 대응 지시도 원론적이거나 미온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지휘부 회의가 열린 가운데 제주 실종사건과 관련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회의 참석자들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허위·과장 신고를 줄여야 한다는 현장 의견도 있다. 매년 7만여건의 성인 실종 신고가 들어오지만 99.7%는 별다른 수색 없이 사건이 종결되는데 이 같은 ‘노이즈’가 한몫 한다는 의견이다. 수도권 경찰청에 근무 중인 D경정은 “자녀의 교우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귀가를 재촉하려고 자발적 외출을 실종 신고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고위험 실종 사건에 투입할 역량을 분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