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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발이었니

중앙일보

2026.08.26 01:53 2026.08.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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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26 ·노르웨이)이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전력질주하는 모습은 무시무시한 바이킹 전사를 연상케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3차례 오르고, 북중미 월드컵에서 7골을 터트렸던 그가 지난 주말 트레이드 마크였던 ‘금발 갈기’를 싹둑 자르고 파격적인 반삭 버즈컷으로 변신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머리를 싹둑 자른 홀란. 사진 PL SNS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머리를 싹둑 자른 홀란. 사진 PL SNS

“힘의 원천 머리카락을 절대 자르지 말라”고 경고했던 장발 선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내기에서 지기라도 했냐”며 정색했다. 여자친구 이사벨 요한센은 “귀엽다”는 말에 홀란이 뾰로통해하자 “진짜 터프해보인다”고 말을 바꿨다. 홀란은 “월드컵 직후 자르려 했으나 너무 바빴다. 이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놓아줄 때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바이킹도 있다”고 말했다.

홀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7골을 터트렸다. 신화=연합뉴스

홀란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7골을 터트렸다. 신화=연합뉴스


그러나 홀란이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침묵하자, 팬들은 “삼손처럼 힘을 잃었다”, “바이킹 시대는 끝났다”고 한탄했다. 엔초 마레스카 맨시티 감독이 홀란에 부분 가발을 붙여주는 합성 사진도 등장했다.

버즈컷으로 변신한 맨체스터시티 엘링 홀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침묵했다. EPA=연합뉴스

버즈컷으로 변신한 맨체스터시티 엘링 홀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침묵했다. EPA=연합뉴스

더 선에 따르면 행동전문가 대런 스탠턴은 홀란에게 장발은 수비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일종의 ‘방탄 갑옷’과 같다고 봤다. 성경 속 삼손처럼 실제 괴력을 잃은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긴 머리를 자른 뒤 심리적으로 낯섦과 취약함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헤어스타일 변화는 과거의 영광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축구에만 몰입하겠다는 ‘마인드 리셋’ 선언이기도 하다.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홀란처럼 스포츠 스타들이 머리를 자르면 기량을 잃는지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마이클 조던은 탈모가 진행되자 삭발한 뒤 NBA 전설을 썼다. AP=연합뉴스

마이클 조던은 탈모가 진행되자 삭발한 뒤 NBA 전설을 썼다. AP=연합뉴스


2000년 찰랑이던 금발 머리를 짧게 자른 데이비드 베컴은 도움왕과 리그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며 ‘삼손 징크스’를 깨부쉈다. 미국프로농구(NBA) 마이클 조던은 탈모가 진행되자 1989년 머리를 빡빡 민 뒤 파이널을 6차례 제패했다.

다테이 포가차르는 래퍼 에미넴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탈색한 뒤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고, 밝은색이라 햇빛 흡수도 덜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차지했다.
테니스 앤드리 애거시. AP=연합뉴스

테니스 앤드리 애거시. AP=연합뉴스


테니스 앤드리 애거시는 과거 풍성했던 사자 갈기 헤어스타일이 M자 탈모를 가리기 위한 가발이었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1990년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전날 망가진 가발이 벗겨질까봐 전전긍긍하다가 지고 말았다. 당시 연인 배우 브룩 쉴즈 권유로 애거시는 1995년 삭발을 감행한 뒤 그랜드슬램을 6번이나 우승했다.

2002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터트리는 안정환. 중앙포토

2002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터트리는 안정환. 중앙포토

안정환은 장인·장모에게 단정한 인상을 주기 위해 고수하던 긴머리를 잘랐다. 결혼 후 머리를 다시 길러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풍성한 파마머리를 스친 공이 골든골로 연결되면서 테리우스 열풍을 일으켰다. 마운드에 갈기 머리를 휘날리며 뛰어올라 ‘삼손’이라 불렸던 야구 이상훈은 2004년 SK 이적과 함께 9년간 고수하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위력을 잃어버리며 6개월 만에 은퇴했다.

LG 트윈스 투수 이상훈. 중앙포토

LG 트윈스 투수 이상훈. 중앙포토

바이킹 전사의 갈기를 내려놓고 날렵한 전사로 다시 선 홀란. 삼손의 저주에 갇힐지, 조던과 애거시처럼 삭발 후 진짜 전성기를 열지는 이제 그의 발끝에 달렸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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