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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서도호, 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회고전 내일 개막

중앙일보

2026.08.26 02:10 2026.08.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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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 설치된 '서울 집/서울 집/가나자와 집/베이징 집/ 포항 집/ 광주 집/ 필라델피아 집'(2012). 연합뉴스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 설치된 '서울 집/서울 집/가나자와 집/베이징 집/ 포항 집/ 광주 집/ 필라델피아 집'(2012). 연합뉴스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실크로 박음질한 집이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성북동 한옥부터 세계 각지를 떠돌며 살았던 집들을 이어 붙였다. 여의도의 아파트를 최고로 치던 1970년대, 아버지인 한국화 거목 서세옥(1929~2020)은 조선의 마지막 대목장을 모셔다가 창덕궁 연경당을 본뜬 한옥을 지었다. 6년 동안 성북동 한옥이 올라가는 걸 지켜본 유년기가 서도호(64)의 오늘을 만들었다.

전시장 입구엔 그때의 나무토막을 주워다 깎은 개와 소, 물고기가 놓였다. 해양생물학자를 꿈꾸며 방과 후 활어장에 가 물고기를 보고 또 보던 소년이었다. 서울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 시절 만든 친구 유재하, 봄여름가을겨울의 앨범 재킷,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유학 시절 자신이 살던 방 크기 그대로 옥양목으로 바느질해 만든 ‘516호/516호-I/516호-II’(1994~1995)도 나왔다. ‘서도호 월드’의 씨앗들이다.

천으로 만든 집의 가장 초기작 '516호//516호-I/516호-II’(1994-95). 미국 유학 시절 살던 원룸을 옥양목에실물 크기로 바느질해 만들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천으로 만든 집의 가장 초기작 '516호//516호-I/516호-II’(1994-95). 미국 유학 시절 살던 원룸을 옥양목에실물 크기로 바느질해 만들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7일 ‘서도호’가 개막한다. 전시 주제도 따로 없이 그냥 ‘서도호’, 출발점부터 현재까지 서도호의 모든 것이다. 드로잉·조각·영상·설치 등 500여 점으로 집약한 서도호의 30여 년 예술 세계를 꽤 이른 시기부터 보여준다. 대학 시절 작품과 200여 점의 드로잉, 대형 설치작품 등은 국내 첫 공개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바닥'(1997-2000)이 3만여명의 얼굴을 작게 프린트해 벽지처럼 붙인 'Who Am We?'와 함께 전시됐다. 연합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바닥'(1997-2000)이 3만여명의 얼굴을 작게 프린트해 벽지처럼 붙인 'Who Am We?'와 함께 전시됐다. 연합뉴스

26일 미술관에서 만난 서도호는 “20대 후반에 한국을 떠났지만, 국내 관객들께 제 한국적인 맥락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전시에 부제를 붙인다면, 회향(回向)”이라고 말했다. 중생을 해탈하게 하기 위해 자기가 수행해 얻은 공덕을 돌려준다는 불교 용어다. “본뜻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관객분들이 제 작품에서 본인들의 인생을 생각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서도호의 집을 보는데, 왜 내 집이 생각나지, 왜 내 인생이 생각나지?’ 하고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서도호는 이번 전시를 불교의 ‘회향’에 빗대며 ”해외에서 작업하며 쌓아온 것을 한국 관객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서도호는 이번 전시를 불교의 ‘회향’에 빗대며 ”해외에서 작업하며 쌓아온 것을 한국 관객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반투명한 흰 천 위에 그가 거쳐온 여러 집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스위치 등을 실제 높이와 위치까지 스캐닝해 바느질해 만든 뒤 중첩되게 배치한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2024)이 그렇다. 내가 들어가 살기 전에 누군가가 살고 있었고, 내가 떠나면 또 다른 이가 와서 살 ‘집’이라는 공간이 서도호 개인의 기억을 넘어 보편적 감응을 준다. 지난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개인전에서 많은 관객을 차분하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자신이 살던 집들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스위치 등을 실제 높이와 위치까지 스캐닝해 바느질해 만든 뒤 중첩되게 배치한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2024)에 들어가 있는 관람객. 연합뉴스

자신이 살던 집들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스위치 등을 실제 높이와 위치까지 스캐닝해 바느질해 만든 뒤 중첩되게 배치한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2024)에 들어가 있는 관람객. 연합뉴스

독신 시절 빈 방에 혼자 앉아 천으로 만들었던 집은 종이에 실로 그린 드로잉, 성북동 한옥 표면에 닥지를 붙인 탁본 작업으로 이어졌다. 손으로 더듬어 탁본해 전시장에 세운 종이 집 ‘러빙/러빙(Rubbing/Loving): 서울 집’(2013-2022)은 부모님에 대한 헌사다. 결혼해 자녀들을 키우면서 만든 ‘사랑의 기억’(2026)은 뉴욕 전시 때 어머니가 사준 재킷 안감에 온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덧대고 그 안에 저마다의 소중한 것들을 넣은 근작이다. ”옷은 우리 몸을 감싸는 제일 작고 은밀한, 이동 가능한 공간이다. 그 개념을 발전시키면 건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LA 폭동이 벌어진 서른 살 유학 초기에 권력과 역사, 정치사회적 불평등, 개인과 공동체를 질문하며 군 인식표를 모아 만든 ‘메탈 재킷’(1992)은 9년 뒤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군 인식표 드레스 ‘썸/원(Some/One, 2001)’으로 발전했다. 두 딸의 아버지가 된 지금은 가족들의 주머니를 덧대며 자신의 부성애를 응시하는 재킷으로 돌아왔다.

성북동 한옥을 탁본해 전시장에 세운 종이 집 ‘러빙/러빙(Rubbing/Loving): 서울 집’(2013-2022). 연합뉴스

성북동 한옥을 탁본해 전시장에 세운 종이 집 ‘러빙/러빙(Rubbing/Loving): 서울 집’(2013-2022). 연합뉴스


옷에서 방·집·학교·사회·나라·우주로, 서도호의 예술은 제일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확장되어 간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이주와 집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 공동체와 사회, 우리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시켜 나간 서도호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며 관객들 각자의 기억을 불러내는 소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의 기억(래코드 협업)'(202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사랑의 기억(래코드 협업)'(2026).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열린 뒤 6월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 9월 홍콩 M+로 순회한다. 서도호는 내년 뉴욕과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연다.

◇중앙일보의 지식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12월 19일 서도호와의 대화를 엽니다. 아래 QR코드로 신청하시면 9월 1일 ‘아트토크 마스터스’ 구독 페이지 오픈 시 알려드립니다.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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