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박상용 검사를 고발하면서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판례가 인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발장에 증언 거부와 관련해 인용한 판례는 실제론 전혀 관련 없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었다. 박 검사는 선서를 거부한 혐의 등으로 고발돼 27일 경찰 조사를 받는다.
박상용 인천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13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진행된 감찰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 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가 제출한 고발장을 공개하고 허위 판례 기재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장엔 박 검사의 선서 거부가 위법이라는 근거로 대법원이 2010년 선고한 2009도10645 판결이 적시됐다. 고발장엔 “해당 판례에 따르면 ‘증언거부권은 증인이 이미 선서를 마친 후 개별적인 질문에 대해 행사하는 것이지, 선서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기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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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도10645는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해당 판결을 확인한 결과 이 사건은 임금 미지급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선서 거부와는 관련이 없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2009도10645는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도과해서 공소기각 결정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이라며 “사건번호만 잘못 기재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같은 취지의 판례를 검색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회증언감정법 제3조가 선서 거부와 증언 거부를 모두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판례를 찾아봤는데 사실과 달랐다”고 말했다. 공 검사는 “현행법을 고려할 때 나오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했다.
국회가 제출한 박상용 검사 고발장. 박 검사가 26일 공개한 고발장엔 2009도10645 판례가 제시됐다. 박상용 검사 페이스북
공 검사는 또 “국회 고발 담당자가 박 검사의 선서 거부가 왜 죄가 되는지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자 AI에 고발장 작성을 위임했고, AI는 할루시네이션(인공지능 환각)으로 화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AI로 고발장 등 서면을 작성할 때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사례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가 박 검사를 고발하면서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검사 역시 같은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AI로 돌렸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며 “국회의 고발장은 공문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부실이다. 이 수준으로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을 만들었느냐”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27일 박 검사를 소환해 해당 고발 사건과 관련해 조사한다. 박 검사는 “일반 사람이 이런 고발을 했다면 바로 각하되고 아마 그 고발인은 무고로 수사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