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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교육재정의 새 물길, 국가경쟁력으로 흘러야 한다

중앙일보

2026.08.26 08:02 2026.08.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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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 대교협 회장(한양대 총장)

이기정 대교협 회장(한양대 총장)

55년 만에 교육재정의 틀이 바뀐다. 내국세 연동 방식을 개편하고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AI 대전환에 맞춰 교육재정을 다시 설계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는 초·중등교육과 대학이 한정된 재원을 놓고 다투자는 것이 아니다. 영유아부터 초·중등, 대학과 평생교육까지 국가 교육재정 전체를 미래 지향적으로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재정의 ‘저수지’에 비유했다. 저수지의 가치는 물을 가두는 데 있지 않고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는 데 있다. 첨단산업을 이끌 인재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기술도 결국 대학에서 자란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8.5%에 머물러 있다.

핵심은 물길을 어디로, 어떻게 트느냐에 있다. 정부가 5극 3특을 중심으로 국가균형성장과 지역대학 육성을 추진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역대학은 지역의 인재와 산업을 지키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대학 지원이 수도권 대학의 배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수도권이라는 위치가 충분한 재정 여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설문에서도 응답 대학의 55.5%가 재원 부족 등을 이유로 인공지능 전환(AX)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오랜 등록금 규제로 누적된 재정난은 수도권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립대학 전체를 압박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경쟁력이다. AI·반도체·바이오·양자·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세계의 대학과 연구기관이다. 대규모 연구 인프라는 재원을 고르게 나누는 것만으로 구축하기 어렵다. 연구 역량과 우수 인재가 축적된 곳에 전략적 투자가 더해져야 세계적 성과가 나온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대학정책과 국가경쟁력을 위한 연구정책은 지원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지역혁신과 정주 생태계를 위한 재정은 지역대학에 과감히 투자하되, 세계적 연구와 국가전략기술을 위한 재정은 수도권과 지역, 국립과 사립의 경계를 넘어 탁월성과 가능성을 기준으로 투자해야 한다.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육성은 개별 대학의 욕심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전략이다.

재정적 가뭄은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에 퍼져 있다. 지역대학과 국·공립대는 물론 정책적 지원에서 비켜서 있던 수도권 사립대까지 함께 살려야 생태계가 살아난다. 지역을 살리는 재정은 지역에 과감히 투자하되, 세계와 경쟁하는 연구에는 지역의 경계를 두지 않아야 한다. 고등교육 투자는 비용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성장잠재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미래 투자다.

이기정 대교협 회장(한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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