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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장미란 사건, 수사통제 없앤 결과다

중앙일보

2026.08.26 08:22 2026.08.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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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제주에서 실종됐던 장미란씨가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담당자인 제주 서부경찰서 경장은 실종자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허위 입력한 뒤 사건을 스스로 종결했다. 동일인이 비슷하게 처리한 수백 건의 실종사건이 뒤늦게 다시 조사 대상이 되면서 국민적 충격은 더욱 커졌다. 과연 한 경찰의 일탈일 뿐일까. 수사통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보완수사 폐지로 경찰 통제 못 해
피해자 보호한다지만 절차 복잡
이대로면 유사 사건 재발 가능성
수사 바로잡는 기능 복원해야

경찰은 현장에서 초기 증거를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검사는 모든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며 증거는 충분한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폈다. 수사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때마다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사람의 판단에도 언제든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민국 형사사법은 70년 동안 ‘한 번 더 보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은 원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이고 경찰은 수사, 검찰은 수사통제와 기소에 집중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수사지휘가 전면 폐지되고,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얻었으며, 사건은 검찰에 접수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5년은 허술한 제도가 어떻게 현장 수사 역량을 약화시키는지 보여준 시간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말, 민주당이 밀어붙인 형사소송법 개정은 그나마 남아 있던 실질적 수사통제까지 제거했다. 이제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도 할 수 없다. 수사통제란 신고를 받거나 의견을 듣는 민원 절차가 아니다. 잘못된 결론을 실제로 바꿀 권한이 수사통제의 핵심이다. 그래서 근대 형사사법은 검사에게 법률전문가로서 기록을 검토하고 공소와 수사의 적법성을 책임지는 기능을 맡겨왔다. 아무리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기록을 열람하게 해도 잘못된 수사 방향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것은 수사통제가 아니다.

특히 이번 개정에서 납득이 어려운 부분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약자 관련 7대 범죄만 전건송치하도록 개별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그 제도가 실제 어떻게 작동할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이 7대 범죄로 분류될지도 담당 수사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설령 전건송치 대상이 되더라도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사건이 경찰과 중수청 사이를 다시 오갈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제도인데, 오히려 사건이 어느 기관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처리될지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왜 7대 범죄만 전건송치 대상으로 정했는지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법률전문가의 검토가 특히 중요한 보이스피싱, 대규모 사기, 횡령, 배임, 주가조작, 조직범죄, 권력형 범죄, 기업기밀이나 국가정보 유출 사건 등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사회적 약자는 범죄명으로 결정되지도 않는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사기, 횡령, 사기 피해자 가운데도 사회적 약자는 얼마든지 있다. 7대 범죄만 별도로 떼어 별도 절차를 적용하면서, 절차적 혼란만 커지게 됐다.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복원했다는 설명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으로 제한되고, 어떤 고발인이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수사기관의 판단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름은 복원이지만 실질은 제한이다. 피해자의 기록 열람과 검사 면담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록 열람은 수사의 밀행성 때문에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면담을 하더라도 검사가 직접 수사를 바로잡을 권한은 없다. 결국 국가가 자동으로 수행하던 수사통제를 여러 절차로 나누어 피해자에게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

수사통제를 내부통제로 대신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둘은 애초에 역할이 다르다. 경찰도 중수청도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다.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바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검사에게 기록 전체를 법률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잘못된 결론을 바로잡는 수사통제 기능을 맡겼던 것이다.

범죄를 수사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피해자의 법률지식과 대응 능력,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여력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면서 절차를 더 복잡하게 바꾸고, 수사통제를 무력화하면 그 피해는 가장 약한 사람에게 먼저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장미란 사건은 담당 경찰을 처벌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장미란 사건을 막을 제도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그런데 정치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권한은 없애고, 피해자에게 더 많은 절차와 더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장미란 사건이 발생해도 놀랄 이유가 없다. 우연이 아니라 제도의 결과라서 그렇다. 더 늦기 전에 수사통제를 복원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사람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람의 실수를 막는 안전장치를 걷어낸 제도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김예원 변호사, 장애인권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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