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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호에 달라진 쿠팡…공정위 현장조사 거부에 조사 장기화 우려

중앙일보

2026.08.2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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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할인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고 조사 처분 취소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양측 간 법적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쿠팡은 과거 같은 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현장 조사에 응해왔지만 이번에는 조사 절차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경쟁 당국의 쿠팡 조사와 제재를 '미국 기업 차별'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뒤 쿠팡의 대응 기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쿠팡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쿠팡이 조사 사실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정위의 현장 조사는 무산됐다. 공정위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모두 네 차례 현장 조사를 시도했지만 쿠팡의 거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정위의 현장 조사 결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고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소송 제기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 조사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문제 삼는 근거는 행정조사기본법 17조다. 이 조항은 행정기관이 조사를 실시하려면 조사 대상자에게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행정조사기본법 3조 2항은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공정위 소관 8개 법률은 이 같은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쿠팡은 그러나 이번 조사 근거인 대규모유통업법은 해당 예외 법률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공정위가 조사 7일 전 사전 통지를 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행정조사기본법은 2007년 제정됐고 대규모유통업법은 2011년 만들어졌다. 2015년 제정된 대리점법 역시 행정조사기본법상 예외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다.

반면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현장 조사 역시 행정조사기본법상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라고 맞서고 있다.

행정조사기본법 3조 1항은 다른 법률에 행정조사와 관련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해당 법률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38조는 공정위 조사와 의견 청취 등에 공정거래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대규모유통업법 조사도 공정거래법과 마찬가지로 사전 통지 대상이 아니라는 게 공정위의 해석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이 같은 법 해석에 따라 다른 기업은 물론 쿠팡을 상대로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관련 현장 조사를 해왔다.

실제 쿠팡은 목표 마진 달성을 위해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 등을 요구한 혐의로 올해 2월 공정위로부터 21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당시에는 현장 조사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쿠팡이 최근 들어 공정위 조사에 강경 대응하는 배경을 두고 미국 정치권의 지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달 1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미국인 소유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공정위 등의 '강압적인 조사 방식'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쿠팡의 이번 대응이 미국 정치권의 비판을 등에 업고 한국 경쟁 당국의 조사 방식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 다른 기업들까지 현장 조사 거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공정위로서는 쿠팡이 처음으로 조사 불응이라는 전례를 만든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쿠팡의 현장 조사 거부와 관련해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행법상 현장 조사를 거부한 기업에 부과할 수 있는 제재는 최대 2억원의 과태료에 그친다.

공정위는 쿠팡의 소송에 대응하는 한편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다른 업체 조사 등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쿠팡에 대한 조사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는 1∼2주 안에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본안 소송은 양측이 대법원까지 다툴 경우 3∼4년이 걸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쿠팡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공정위는 앞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 7일 전에 기업에 조사 사실을 통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조사 대상 기업이 관련 자료를 미리 폐기하거나 은닉할 우려가 있어 경쟁 당국의 현장 조사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일각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행정조사기본법상 예외 법률에 대규모유통업법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현재로서는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면 실태조사와는 다르지만 세계 어느 경쟁 당국도 현장 조사에 앞서 사전에 조사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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