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열려도 군함은 통과 못해”…美 압박에 외교전도 강화
중앙일보
2026.08.26 19:08
26일 이란 테헤란의 한 광장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한 규칙을 놓고 오만과 잠정 합의했지만 군함은 통항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미군 군함의 해협 통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25일(현지시간) 국영방송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페르시아만에 진입하는 상선은 이란 영해를 지나고, 빠져나갈 때는 일부 이란 영해와 일부 오만 영해를 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함은 이 같은 통항 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강조했다.
이란이 통과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군함은 사실상 미군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이란의 위협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일부 상선을 호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리바바디 차관의 발언은 이란의 허가 없이 미국 군함의 호위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미국이 선포한 이른바 ‘경제 전쟁’에 맞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외교전도 강화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6일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경제적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제재가 이란 국민에게 끼친 인도적 피해를 유엔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제재로 식량과 의약품, 의료서비스, 에너지, 교통 등 인도적 분야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각국과 이란의 합법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변경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제재를 활용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이를 인정하거나 이행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핵시설 사찰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장은 26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란 핵시설을 사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슬라미 청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폭격으로 이란 핵시설에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IAEA의 사찰을 종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란은 여전히 전시 상황이며 피해를 본 핵시설은 아직 점검을 받을 만큼 안전하지 않다”며 “IAEA에도 그런 상황을 전제로 한 프로토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