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툭, 창밖으로 뭔가가 날아왔다. 벽걸이 달력을 찢은 종이다.
달력 뒷면에 크레파스로 약도가 그려져 있다. 시신을 묻은 장소라고 했다.
“작은 노송을 심어놨으니, 잘 한번 찾아보소.”
확인 결과, 사실이었다.
피해자는 나흘 전 실종신고가 접수된 렌터카 운전기사였다.
양팔과 다리는 전깃줄로 결박된 상태였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잠시 후, 다시 창밖으로 찢긴 달력이 떨어졌다. 역시나 뒷면에 약도가 그려져 있다.
“경기도 용인 쪽 기흥 단지에 K골프장이라고 있는데, 거기
연못 부근도 한번 파 보슈. 거기에도 하나 묻었으니까.”
범행에 사용된 카빈 소총. [사진 중앙포토]
역시 사실이었다. 낚시꾼 외엔 왕래가 없는 곳.
베이지색 점퍼로 가려진 시신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상태였다.
시신의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총알이 관통한 흔적이었다.
감식 결과 범행에 사용된 총기는 카빈 소총. 이 사건이 ‘카빈 강도사건’이라 불리게 된 이유다.
두 번째 피해자는 서른여덟 살 박씨. 인질극이 벌어지기 2년 전, 서울의 한 은행 앞에서 2인조 괴한에게 납치된 삼 남매의 아버지였다.
「
#2 공범의 최후
」
사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2' 캡처
인질범이 밝힌 살해 동기는 돈이었다. 교도소에서 형님·동생 하며 지냈던 후배와 함께 한탕 털어서 보란듯이 살고 싶었다고 했다. 공범의 신상도 털어놓았다. 단,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전제와 함께.
경찰이 공범의 은신처로 향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가정집.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온통 피투성이였다. 인질범이 말한 공범, 문씨(당시 34세)다. 범행에 쓰던 카빈 소총을 자신의 이마에 겨눈 것이었다.
2층은 더 참혹했다.
어린아이가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공범 문씨의 아들이었다. 당시 일곱 살.
문씨가 자기 아들을 총으로 쏴 죽인 후 자살한 것이다.
인질범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런 약속을 했다고 한다.
“이제 다 끝났으니, 사나이답게 죽자. 아이는 각자 데리고 가자. 살아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아무것도 모를 때 죽는 게 낫다.”
「
#3 인질의 정체
」
짐작하셨겠지만, 남자가 인질로 잡고 있던 사람은 그의 두 아들이었다.
여섯 살, 세 살.
그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 아빠와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인질이 됐음을 알 리 없었다. 아빠가 사 온 장난감을 품에 안고 신나게 놀고 있던 참이었다.
“탕! 탕! 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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