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중북부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네팔 지역 한인 사회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차승원 네팔 한인회장은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사관과 함께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수해 지역의 통신망이 다 망가지고 도로도 끊겨서 정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차 회장은 “네팔에 재외 등록을 신청한 한인은 약 650명인데, (홍수가 발생한) 라수와 지역엔 없다”며 “등산을 하러 온 관광객이 많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고 현재까지는 수력발전소 피해가 가장 큰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정부에 따르면 홍수로 수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직원 9명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홍수가 발생한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은 여름철 힌두교·불교·자이나교 신자들이 자주 찾는 성지이자 인기 등산로의 출발점이어서 관광객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경진 기자
차 회장은 “물이 범람한 보테코시강 지역은 중국 티베트와의 국경 인근”이라며 “과거에도 홍수가 수차례 일어났던 곳”이라고 말했다. 인근 산악지대 등산 경험이 있는 A씨도 “고산지대인 티베트와 연결된 강이 몇 개 없는 데다가, 보테코시강 인근은 지반이 물러서 더 위험하다”며 “최근 홍수·산사태·빙하호 붕괴 등 대형 재해 빈도가 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홍수가 난 라수와 지역은 지난해 8월에도 티베트의 빙하호가 범람하면서 홍수를 겪은 적이 있다.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은 지난 26일 홍수가 빙하에서 발생한 눈사태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트레킹 커뮤니티에서도 불안감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네팔에 있다고 소개한 B씨는 이날 오전 5시 40분쯤 커뮤니티에 “당초 오늘부터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 코스를 가려고 했었다”며 “홍수가 난 지역은 아니지만 계속 걱정이 된다. 지금 버스를 타야 하는 게 맞느냐”는 글을 올렸다. 해당 트레킹 코스 중반부에 있는 마을인 ‘밤부’에 있다는 C씨는 “계속 올라가야 할지, 내려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다른 회원들은 “큰 영향은 없어 보이나, 현지인과 가이드 판단에 잘 따르시라”는 등의 조언을 주고 있다.
네팔 한인회에 공지한 글. 커뮤니티 캡처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당분간 랑탕(라수와 근처) 지역으로 접근은 힘들 것 같으니, 가을 트레킹 계획은 변경하는 게 좋을 듯하다”는 공지가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네팔 한인회도 “홍수 피해 지역에서 긴급 구조나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즉시 연락해달라”고 안내 중이다. 회원들은 “기억나는 얼굴들이 많은데 너무 걱정된다”, “비수기에다가 우기여서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안전한 곳에 계시길 기도하자”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지금까지는 국내 여행객들의 직접적인 피해나 일정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지 복구 상황과 안전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정부 방침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이 홍수가 처음 시작된 렌데강 상류에 강을 막고 있는 잔해가 여전히 남아 있어 2차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자, 현지 여행객들은 “이동을 자제하고 하루이틀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네팔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는 주요 도로 통제 현황도 공유되고 있다. 이외에도 피해 복구를 위해 여행자들이 자원 봉사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 등산 커뮤니티에는 “현지에서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나 식량·물자 배급, 복구 지원 활동 등이 있는지 알고 싶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문의드린다”는 등의 글도 올라왔다.
네팔 커뮤니티에서 공지된 주요 도로 통제 현황. SNS 캡처
※ 현지 구조 등 응급 상황이 필요한 경우 네팔한인회(☎+977 9828037200), 네팔 트레킹 대행사 협회(☎+977 9851000094), 관광객 핫라인(☎+977 1144), 구급차(☎+977 102), 경찰(☎+977 100) 등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