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문을 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인공지능(AI) 시대를 경계하고 나섰다. 인간 전용구역(Human Reserved)’을 만들고, 로봇·토큰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26일(현지시간)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격동의 AI 시대가 왔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수 세대에 걸쳐 일어난 과거 기술 전환과 달리 AI발(發) 전환은 10년 정도 기간 내에 급속도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츠는 “아무리 좋은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AI 시대로의 전환은 인류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전혀 못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진 진단은 ‘닥터 둠(비관론자)’에 가까웠다. 그는 AI 시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날 세 가지 위험으로 대규모 일자리 축소, AI를 이용한 범죄 확산, 아동의 발달·인간관계 저하 등을 꼽았다.
그는 자연보호 구역처럼 AI 도입을 의도적으로 금지하거나, 늦추는 ‘인간 전용구역’을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인간 일자리를 AI가 대체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공감과 돌봄이 필수적인 노인 요양, 보육, 정신건강 관리 등과 관련한 일자리를 전용구역의 예로 들었다.
로봇·AI 토큰세 도입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인간을 고용할 때는 사회보장세를 내지만 기계를 도입할 때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현 제도가 AI의 일자리 대체를 부추긴다”며 “로봇과 AI 토큰에 세금을 부과하면 무인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실직자 재교육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움직일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그는 같은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AI가 위험한 분자를 만들어내거나 생물학적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각국이 공동 감시해야 한다”며 “11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AI 규제를 위한 국제기구 설립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고성능 AI 모델 공개를 제한하는 데 먼저 나선다면 중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핵 사찰 체계나 항공 규제, 오존층 보호 협약 등을 참고하겠다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3년 AI 혁명에 대해 흥분·기대감을 드러냈던 게이츠가 차분하고, 묵직한 경고를 던졌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