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포로귀환' 퓰리처상 사진기자 슬라바 베더 별세
향년 99세…미 캘리포니아 자택서 숨져
(서울=연합뉴스) 현영복 기자 = 베트남 포로수용소에서 5년 만에 풀려난 전쟁포로가 가족과 재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AP통신 전직 사진기자 슬라바 살 베더가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베더는 지난 22일 미 캘리포니아주 주도인 새크라멘토 외곽인 엘도라도 카운티에 있는 자택에서 잠을 자다 숨졌다.
그는 러시아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부모 사이에서 1926년 8월30일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여러 언론사에서 스포츠 기자와 뉴스 편집자로 일하던 베더는 1961년 AP통신 새크라멘토 지국에 사진 기자로 채용된 뒤 샌프란시스코 지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국에서 근무하던 1973년 베트남전 종식을 상징하는 흑백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 46세였던 베더는 베트남에서 풀려난 로버트 스텀 미 공군 중령 등 전쟁포로들의 귀국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의 트래비스 공군기지로 파견됐다.
귀국한 스텀 중령은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정복을 입은 채 가족과 재회의 순간을 누렸다. 베더는 기쁨에 찬 표정으로 스텀 중령을 향해 달려오는 가족들의 모습을 포착해 전 세계에 전파했다. 이 사진은 1974년 '기쁨의 분출'(Burst of Joy)이라는 제목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베더는 공군 기지 내 여자 화장실에 임시 암실을 설치한 채 6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이 사진에 대해 "스텀 중령이 카메라 쪽으로 등을 보이는 모습은 평범한 군인이 자녀들의 얼굴에 드러난 환희와 흥분을 마주하는 순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진은 그 뒷얘기로도 주목받았다.
스텀 대령은 베트남에서 석방되던 당시 아내가 보낸 이별 통보 편지를 받은 채였고, 스텀 대령 부부는 사진이 보도된 지 약 1년 뒤 이혼했다. 이혼 과정에서 스텀 대령 부부는 재산 분할을 놓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이런 이유로 스텀 대령은 생전에 이 사진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자택에도 사진을 걸어놓지 않았다고 한다. 스텀 대령은 지난해 별세했다.
아내와 함께 다섯 자녀를 키운 베더는 1993년 AP통신에서 은퇴해 엘도라도 카운티의 작은 마을인 카미노로 이주해 조용히 삶을 보냈다.
그의 딸인 캐슬린 데일리는 "아버지는 타고난 언론인이었다. 언론은 그에게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진정한 열정의 대상"이었다고 회고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영복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