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오늘 시작해도 안늦어” 시니어들의 은빛 질주

Los Angeles

2026.08.26 21: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에너지 넘치는 재미스키클럽
산과 바다 스키·자전거로 누벼
60~90대 회원들 36명 활동
“일단 밖으로 나오는게 중요”
지난 4월 맘모스 마운틴에서의 재미스키클럽 회원들.

지난 4월 맘모스 마운틴에서의 재미스키클럽 회원들.

 
겨울에는 스키를 타며 설원을 누비고, 눈이 녹으면 자전거 핸들을 잡는다.  
 
20~30대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에너지 넘치는 ‘재미스키클럽’ 한인 시니어들은 역동적인 사계절을 보낸다.
 
재미스키클럽 시니어 회원들이 남가주의 폭염을 피해 지난 20일 칠레 산티아고로 열흘간의 스키 여행을 떠났다.  
 
출국 직전 본지와 만난 리처드 박(72) 코치는 회원들 사이에서 ‘스키·자전거 전도사’로 불린다. 은퇴 후 집에만 머무는 시니어들에게 “일단 밖으로 나와 함께 운동하자”며 스키와 자전거를 적극 권유해 온 덕에 자연스럽게 붙은 별칭이다.
 
현재 클럽의 막내는 60대다. 최고령 회원은 아흔을 바라보고 있다. 총 36명이 활동하는 이 클럽 회원들은 스포츠를 매개로 동네 공원 산책로부터 전국의 산과 바다까지 자전거와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그리피스공원은 평소 자주 찾는 연습 장소다. 이들은 워싱턴DC를 비롯해 메릴랜드, 버지니아, 오하이오, 미주리, 아이다호, 유타, 콜로라도, 오리건 등 타주에도 간다.
 
박 코치 역시 처음부터 스포츠 마니아는 아니었다. 주변인들로부터 “운동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은 뒤 뒤늦게 스키에 입문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었다. 다섯 차례나 고배를 마신 끝에 50세의 나이로 미국프로스키강사협회(PSIA) 최고 등급인 ‘알파인 레벨 3’ 자격증을 취득했다. 자신도 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한만큼 박 코치는 운동을 머뭇거리는 시니어들에게 “일단 시작하고 훈련하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7월 피츠버그에서 워싱턴DC까지 350마일의 자전거 여행을 마친 회원들.  [리처드 박 제공]

지난해 7월 피츠버그에서 워싱턴DC까지 350마일의 자전거 여행을 마친 회원들. [리처드 박 제공]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코스를 정하고, 기본 자전거로 단거리부터 시작해 점차 거리와 난이도를 높이며 장비를 갖춰가는 방식이다.
 
체계적인 운동을 통해 젊은 층 못지않은 건강을 되찾은 회원도 적지 않다.
 
현재 클럽에서 활동 중인 한 74세 여성 회원은 두 차례 심장 수술을 받은 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들었으나, 박 코치의 권유로 주 2~3회 자전거를 타며 거리를 늘려갔다.  
 
이 회원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장거리 라이딩이 가능해졌다”며 “2024년에는 박 코치를 비롯한 시니어 6명과 함께 한국 국토 종주 완주에도 성공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포틀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어진 14일간의 자전거 종주에는 당시 91세의 한 시니어 회원도 함께할 정도였다.
 
박 코치는 “시니어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없다. 제대로 배우고 꾸준히 연습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땀 흘리며 쌓은 우정은 일상으로도 이어진다. 회원의 생일에는 다 함께 모여 식사하며 선물을 나누고, 서로의 집에서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는다. 전국을 함께 다니다보니 회원들은 어느새 친가족 이상의 유대감을 나누게 됐다. 스포츠와 사람, 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이 운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박 코치가 꼽는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일상의 풍경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동차를 타고 지날 땐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이 자전거 위에서는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오솔길을 지나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천천히 경치를 조망하는 순간의 감동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은퇴 후 일상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한인 시니어들을 향해 “우선 문밖으로 나오는 것이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오늘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자전거 페달은 당장 오늘부터 밟으면 됩니다.”  
 
▶문의: (562)544-3697,
 
[email protected]
 

송윤서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