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두텁게 지급하는 ‘하후상박’ 방식의 개편안을 추진해온 정부가 개편안 공개를 앞두고 예정됐던 사전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가운데 개편안에 따라 기존 수급자 일부의 혜택이 줄어드는데 대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2시 예정됐던 ‘기초연금 개편방안 사전브리핑’을 약 1시간 10분 앞두고 취소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개편방안의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해 불가피하게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향후 일정은 정해지는 대로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기초연금의 ‘하후상박’ 개편안을 준비해왔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하위 70%에게 지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저소득층 보장은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은 줄이는 방향이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수급자에게 비슷한 금액을 지급하는 현행 방식에서 저소득 노인의 빈곤 완화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앞서 수 차례에 걸쳐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과 일정한 소득이 있는 노인이 비슷한 수준의 기초연금을 받는 현행 구조를 지적하며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사흘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무료급식 배식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당초 복지부는 이날 기자단에 사전브리핑을 통해 개편 방향을 설명한 뒤 다음 달 1일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국무회의에 맞춰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리핑 직전 일정이 취소되면서 최종안을 놓고 막판 조정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사전브리핑 취소는 청와대 측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기초연금 개편이 기존 수급자의 혜택 축소로 받아들여질 경우 고령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26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8.9%로, 직전 조사보다 4.0%포인트 떨어지며 취임 후 처음 30%대로 내려왔다. 다만 조사기관별 편차는 크다. 2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지지율이 50%로, 2주 전 조사보다 1%포인트 올랐다.
정부가 개편안 일부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추진 시기를 늦추거나 당초 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현재 공식적으로 취소된 것은 이날 사전브리핑으로, 다음 달 1일 개편안 발표 여부나 최종 내용까지 취소된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했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정부가 당초 준비했던 하후상박 원칙을 어느 정도 유지할지, 다음 달 1일 예산안에 관련 내용이 어떻게 반영될지가 향후 기초연금 개편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