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주문·국제우편 배송…국경 넘은 마약 3500만명분 적발
중앙일보
2026.08.26 22:42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집중검사실에서 관세청 직원이 수하물 속 밀수 마약 적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들어 국내로 유입되려던 마약류가 세관 당국에 대거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량은 35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에 달했다.
관세청은 27일 올해 1∼7월 적발한 마약류가 모두 954건, 1054㎏이라고 밝혔다.
이를 1회 투약량 0.03g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5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관세청은 적발 사건 가운데 859건을 직접 수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공항과 항만 등 국경 단계의 검사를 통과한 우편물을 다시 점검하는 이른바 ‘2차 저지선’에서도 10건을 추가 적발했다.
관세청은 단순히 마약류를 압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유통책과 배후 조직까지 추적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마약이 적발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해 수사관의 감시 아래 정상 배송하고 실제 수취인과 관련자를 특정하는 ‘통제배달’ 수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은 태국에서 국제우편으로 야바 약 4000정을 밀수입한 조직원과 마약 수거책을 검거했다.
이들은 마약이 담긴 국제우편을 지인의 집으로 보낸 뒤 택시기사를 매수해 실제 수취지까지 옮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크웹과 암호화폐를 이용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한 사례도 적발됐다.
서울세관은 국제우편물 배송조회 과정에서 확보한 인터넷주소(IP) 정보를 추적해 피의자의 신원을 특정한 뒤 데이터 사용내역 분석과 실시간 위치추적 등을 통해 피의자를 검거했다.
2차 저지선에서 적발한 마약을 통제배달해 밀수사범을 현장에서 붙잡은 사례도 있었다.
미국 국적 피의자는 자신이 투숙할 국내 호텔을 수취지로 정하고 커피 봉지 안에 대마 카트리지를 숨겨 국제우편으로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우편물은 2차 저지선이 운영되는 동서울우편집중국에서 적발됐다.
서울세관은 관계기관과 공조해 피의자의 국내 입국 여부와 이동 경로, 호텔 투숙 정보를 확인한 뒤 통제배달을 실시해 우편물을 수령하려던 피의자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관세청은 마약수사 전담 특별사법경찰 인력도 대폭 늘리고 있다.
현재 100명 수준인 마약수사 전담 특별사법경찰을 325명까지 확대하고 디지털 포렌식과 가상자산 추적·분석 등 전문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수사장비도 확충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물리력 대응팀을 신설하고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후에도 마약수사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마약 수사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마약류 밀수와 국내 유통 조직을 끝까지 추적·검거하겠다”고 말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